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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고려청자에 커피 마셔봤니? 손이 덜덜 떨렸다, 강릉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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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커피 기행④ 개성 넘치는 커피숍 4곳





강릉은 커피다. ‘다방 커피’ ‘자판기 커피’ 식의 인스턴트커피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네 입맛을 쓰고 진한 아메리카노로 바꿔 놓은 주인공은 스타벅스지만, 핸드드립(브루잉 커피) 문화를 전국으로 퍼트린 건 강원도 강릉이다. 강릉에는 2000년대 들어 직접 원두를 볶고 내리는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고, 대략 20년 만에 450곳 이상의 카페를 거느린 한국 커피의 중심지가 됐다. 작은 항구에 불과했던 안목항(강릉항)은 이제 전국구 커피 거리로 통하고, 2009년 시작한 강릉커피축제는 해마다 20만 명 이상이 즐기는 대형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제14회 강릉커피축제(10월 7~10일) 개막에 앞서, 모두 4회에 걸쳐 강릉의 커피 문화를 이끈 명인과 개성 있는 카페를 차례로 소개한다.

강릉 여행은 길게 잡아야 후회가 없다. 커피만 마시고 다녀도 2, 3일이 모자라다. 안목 해변의 커피 거리에만 가볼만 한 카페가 있는 게 아니다. 강릉 곳곳에 개성 넘치는 카페와 찻집이 허다하다. 강릉의 이색 카페 네 곳을 엄선했다.



환희컵박물관 카페 ‘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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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환희컵박물관에서는 커피 값에 1500원만 더 보태면 고려청자, 영국 왕실 커피잔 등을 이용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관장이자 미술 작가로 활동 중인 장길환·명태숙 부부가 고려청자와 영국 왕실 커피잔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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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고려청자에 담으면 어떤 맛이 날까. 강릉 커피거리 입구에 있는 환희컵박물관(환타피아M)은 이 호기심 하나만 갖고도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환희컵박물관은 국내에 드문 컵 전문 박물관으로 세계 76개국 1500여 개의 다양한 컵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18세기 체코 왕실에서 쓰던 황금 장미 문양 컵, 오스만 제국 시절의 금속 커피잔, 티베트에서 온 두개골 컵 등 진귀한 유물이 많다.

건물 1층 카페 ‘초희’는 명품 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커피는 특별할 것 없지만, 잔이 남다르다. 커피 값(4500원)에 1500원만 더 내면 고려청자,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 왕실에서 쓰던 커피잔, 청와대 커피잔 등을 이용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깨 먹을까 싶어 손이 덜덜 떨리긴 하지만, 여러모로 신기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장길환 관장은 “유리장 너머로만 볼 게 아니라 직접 만지고 마셔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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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환 관장이 다양한 토비저그(앉은뱅이 모양의 컵)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환희컵박물관에서 세계 76개국에서 온 1500여 점의 진귀한 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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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드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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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인 옥천동에 자리한 '비사이드그라운드'. 카페 겸 편집숍으로 운영하는데 관광객보다 현지 젊은층이 즐겨 찾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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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동의 ‘비사이드그라운드’는 관광객보다 현지 청춘 사이에서 더 이름난 가게다. 군더더기 없이 식물과 사진, 조명으로 꾸민 깔끔한 인테리어 덕에 사진이 잘 나오는 카페로 유명하다. 강릉 토종은 아니다. 서울 연남동과 성수동에서 디저트 카페로 유명했던 ‘커피 식탁’이 전신(前身)으로 4년 전 강릉에 자리 잡았다. ‘비사이드그라운드’라는 가게 이름은 ‘카세트테이프 B면’에서 가져왔단다. 장병국 대표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 거리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변두리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담아 놀아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구도심인 옥천동은 강릉 커피 시장에서 주목받는 동네가 아니었으나, 근래 젊은 감성의 카페와 편집숍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비사이드그라운드는 단순한 카페보다 복합 문화공간에 가깝다. 1~2층은 카페, 3층은 셀프 사진 스튜디오, 지하 공간은 편집숍으로 활용하고, 수시로 사진전 같은 전시를 연다. 시그니처 메뉴는 진한 라떼 커피 위에 피스타치오 크림과 곡물 쿠키 가루를 함께 올려 내는 ‘크림커피’. 서울에서는 당근케이크 맛집으로 통했지만, 강릉에서는 촉촉한 우유 크림이 들어간 ‘우유모찌롤’ 케이크가 인기 디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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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이드그라운드의 대표 메뉴인 크림커피와 각종 모찌롤케이크. 사진 비사이드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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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냉이소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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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도깨비시장에 있는 카페 '강냉이소쿠리'. 1953년 지은 아담한 목조 집을 카페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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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는 바다를 마주 보는 아담한 한옥 카페 ‘강냉이소쿠리’가 있다. 1953년 지은 키 작은 목조 집을 디저트 카페로 꾸며 이태 전 문을 열었다. 이름만이 아니라, 디저트와 커피 모두 강원도 특산물인 강릉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를 주재료로 활용한다. 이를테면 커피는 바짝 볶은 옥수수와 맷돌에 갈아낸 원두를 적절히 배합해 샌드커피(터키식 커피) 방식으로 추출한다. 옥수수차 향이 감도는 커피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최고 인기 상품은 ‘강냉이 아이스크림’. 찬 우유에 강냉이를 하루 담가두었다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 그 위에 캐러멜 라이즈드한 강냉이를 수북하게 담아낸다. 30~40년 된 자개 상, 낡은 소쿠리와 재봉틀 등 레트로풍의 소품이 많아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담아가기에 좋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해진 주문진 방사제 인근의 문화 공간 ‘도깨비시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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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냉이소쿠리의 대표 메뉴인 달고나 강냉이, 강냉이 아이스크림, 옥수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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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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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호린파크. 핑크뮬리 밭을 배경으로 커피와 차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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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커피공장’ 뒤편 언덕에 핑크빛이 감도는 너른 땅이 있다. ‘호린파크’라는 이름의 핑크뮬리 정원이자 카페다. 핑크뮬리를 배경 삼아 사진도 찍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본래는 허브농원이었는데, 2018년 5000㎡(약 1500평) 규모의 핑크뮬리 밭을 조성한 뒤로 인스타그램 성지로 거듭났다. 요즘 같은 가을이면 주말 하루 1000명 이상 다녀갈 만큼 성황이다.

농원 주인인 정호린씨가 정원 옆에 아담한 카페를 두고 손님을 맞는다. 커피 외에 레몬그라스 같은 다양한 허브차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이 농원에서 직접 재배하고 가공한 메뉴다. 생명력이 강한 핑크뮬리는 11월까지도 볼 수 있다. 11월 13일까지 핑크뮬리 축제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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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평에 이르는 핑크뮬리 정원 옆으로 전망대와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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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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