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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49] 김시스터즈에서 블랙핑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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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가 2022년 10월 1일 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 정규 2집 ‘BORN PINK’로 1위에 올랐다. 걸그룹으로는 2008년 미국의 ‘대니티 케인’ 이후 14년 만이고, 한국 걸그룹으로는 처음이다. 2016년에 데뷔해 수많은 ‘최초’의 기록을 쓰고 있는 블랙핑크의 숨 가쁜 여정은 2020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잘하면서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빛이 난다. 그들의 여정을 보며 떠오른 것은 미국에 최초로 진출한 걸그룹 ‘김시스터즈’다.

김시스터즈에 대해서는 이미 이 지면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그들의 데뷔 음반 때문이다. 유성기 음반 수집가인 이경호의 소장 자료에 따르면, 김시스터즈의 데뷔 음반은 1956년경 ‘킹스타레코드’에서 발매한 유성기 음반이다. 이 음반에는 ‘바야 콘 디오스(Vaya Con Dios)’와 ‘부루(블루) 카나리(Blue Canary)’라는 번안곡이 실려 있다. 음반에 애자, 민자, 숙자라고 적혀 있는데, 김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미8군 무대에 올랐던 것이 1953년이니 이 음반 발매 때는 이미 김시스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때다. 10대의 그들이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부른 노래들의 화음은 무척 아름다웠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목포에서는 ‘뮤직 플레이’라는 제목의 음악 행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김시스터즈의 리더 김숙자도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에서 잠시 귀국했다. 83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정한 그는 개막 공연에서 어머니 이난영의 대표곡인 ‘목포의 눈물’과 ‘다방의 푸른 꿈’을 불러 행사를 빛냈다.

김숙자는 자신의 데뷔 음반을 기억하고 있을까? 녹음 당시의 기억은 하지 못했으나 음원을 듣자마자 본인들의 목소리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미8군 무대에서 즐겨 불렀다며 노래를 들으면서 그 시절의 추억에 잠기는 듯했다. 한국 걸그룹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김시스터즈. 그 뒤에는 ‘조선 유행가계의 큰언니’로 통하던 가수 이난영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리라. 김시스터즈를 기획하고 훈련한 이난영이 있어 그들이 미국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시스터즈의 빛나는 열정과 아름다운 화음은 오늘날 수많은 걸그룹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김애자는 1987년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고, 현재 김숙자는 미국에, 김민자(본명 이향)는 헝가리에 거주하고 있다.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그들에게 보낸다.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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