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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네·카·토가 생존권 위협"... 거리로 나온 보험설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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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플랫폼 보험 서비스업 진출 허용에
설계사 5,000여 명 "생존권 사수" 거리 시위
2003년 방카슈랑스 허용에 설계사 60% 급감
빅테크 측 " 그간 불완전판매 많아...소비자 편익"
한국일보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원들이 5일 서울 시청 인근 세종대로에서 온라인플랫폼 보험 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2차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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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 상품 비교ㆍ추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한 금융당국의 방침에 보험설계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은 ‘소비자 편익 증대’를 앞세워 시장 문을 두드리고, 기존 사업자는 생존권을 이유로 결사항전에 나선 모양새다.

5,000명 대규모 집회... "끝까지 투쟁"


5일 온라인플랫폼 보험 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원사, 보험영업인 노동조합연대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었다. 8월 용산 대통령실 앞 첫 집회에 이은 2차 집회로, 전국에서 5,000여 명이 결집했다. 참가자들은 ‘대통령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채택한 뒤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8월 23일 금융규제혁신 2차 회의에서 온라인플랫폼의 보험 비교ㆍ추천 서비스업 진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단 직접 계약 체결은 할 수 없고, 보장 내용이 복잡해 불완전판매 우려가 큰 종신ㆍ변액ㆍ외화보험 등도 비교ㆍ추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에 현재 상품 추천 알고리즘 등 구체적 내용에 대해 당국과 업계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8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규제혁신회의 제2차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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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업계 "빅테크 시장 잠식으로 고사 위기 내몰릴 것"


보험영업 종사자들이 보험 비교 플랫폼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 위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미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빅테크가 시장을 잠식하면 고사 위기에 내몰릴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 근거로 2003년 방카슈랑스(은행 창구를 통한 보험 상품 판매) 도입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2002년 말 16만7,000명에 달했던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수가 지난해 6만7,000명으로 59.9% 급감했는데, 이에 못지않은 충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플랫폼 서비스가 오히려 소비자 편익에 반할 수 있다는 논리도 폈다. 수수료나 광고비 부과로 보험료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진입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서비스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설계사들의 주 수입원이고, 질병과 재해를 장기간 보장하는 장기인보험의 경우 충분한 대면 설명이 필수적이라 온라인 취급이 적절치 않다는 게 대리점들 입장이다.

빅테크 측 "소비자 불신 눈 감고 일방 주장만"


이에 맞서 빅테크 측은 현행 보험 영업에 대한 낮은 소비자 신뢰를 지적한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금융상품 중 보험이 유독 불완전판매율도 높고, 설계사에 대한 불신도 크다”면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상품이 아닌 판매 수수료가 큰 상품을 추천하는 등 폐단에는 눈 감고 생존권만 말하는 건 일방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합리적인 수수료 책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로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인 의사결정은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기존 사업자는 정보비대칭성, 빅테크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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