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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추장 조셉의 '위대한 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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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네즈퍼스 족 추장 조셉
한국일보

패배-도피의 마지막 여정을 빛나게 이끈 아메리카 원주민 네즈퍼스 족 추장 조셉. 위키피디아


북미 컬럼비아강은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발원해 미국 워싱턴주를 지나 오리건주 경계를 따라 태평양으로 흐르는 길이 약 2,000km의 긴 강이다. 원주민 네즈퍼스(Nez Perce)족은 그 강을 끼고 컬럼비아 고원 일대를 터전 삼아 버펄로 사냥과 연어 낚시 등을 하며 살아가던 부족. 원래 이름은 니미푸(Nimipuu)족이지만, 18세기 프랑스 탐험가 등이 이웃 치누크(Chinook)족과 혼동해 ‘네즈퍼스(피어싱한 코라는 뜻)’라 통칭하면서 연방정부 공식 명칭이 됐다.

백인들은 그들의 이름과 함께 영토도 빼앗았다. 숱한 전투와 희생을 치른 끝에 부족은 미국 정부로부터 1855년과 1863년 오리건주 북동부 왈로와(Wallowa) 계곡의 새 터전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추장 조셉(Joseph)은 1877년 아이다호주 황무지 보호구역으로 재이주하라는 정부의 일방적 명령을 받았다. 추장은 주민 600여 명을 이끌고 험한 이주를 시작했다. 청년 전사 세 명이 그 과정에 분을 못 참고 백인 정착민 몇을 살해했다. 조셉 추장은 백인 기병대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부족민을 이끌고 1,600km가 넘는 캐나다 국경을 향해 도피의 이주를 시작했다. 기병대 2,000여 명이 그들을 쫓았다.

추장은 절묘한 기지와 전술로 약 13차례 전투를 승리로 이끌며 추격을 따돌렸다. 3개월가량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단 한 번도 백인 정착촌을 습격하지 않았고, 백인 포로들도 그를 존경했다. 부족은 국경선을 약 65km 남긴 지점에서 포위당했다. 미국 전쟁 교본은 ’위대한 후퇴’ 전술의 예로 그 사례를 기록했고, 미국 민중사는 휴머니즘의 승리로 기록했다.

조셉 추장은 1877년 10월 5일 미 육군 중장 넬슨 마일스에게 항복하며 “(수많은) 이들이 숨졌다. 담요가 없어 아이들이 얼어 죽었다. 일부는 산으로 도망쳤고, (…) 나는 그들을 찾고 싶다. (…) 이제 내 마음은 병들고 슬프다. 지금 태양이 선 이 자리에서부터 나는 영원히 싸움을 멈추겠다”라고 말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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