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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스님께 배우면 일주일만에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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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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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찬주(69·사진)는 스님들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데 독보적이다. 그만큼 스님 이야기, 불교 이야기를 소설로 잘 승화하는 작가는 드물다.

작가가 펴낸 성철 스님을 소재로 한 '산은 산 물은 물', 법정 스님을 그린 '소설 무소유', 혜암 스님을 다룬 '가야산 정진불', 일타 스님을 다룬 '인연' 등은 세간에 큰 화제가 됐다.

그가 이번에 간화선 수행 현대화의 선구자인 수불 스님을 다룬 책 '시간이 없다'(불광출판사)를 펴냈다.

"성철 스님은 품이 크고 끈기가 엄청난 분이셨어요. 8년간 눕지 않는 장좌불와(長坐不臥)를 아무나 하겠어요. 법정 스님은 자기와의 약속에 철저한 분이셨어요. 결심한 일이나 스스로 지키기로 한 일을 한 번도 어기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소박하셨어요. 어느 날 글씨에 낙관을 안 찍으시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글씨 자랑하는 거 같아서 싫다'고 하셨죠. 수불 스님은 간화선 선구자입니다. 수불 스님께 배우면 일주일 만에 깨달음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간화선 수행법을 꿰고 있는 분입니다."

10여 년 전 처음 수불 스님을 만난 작가는 그날부터 간화선에 확신이 생겼고 스님이 70세 되는 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스님을 지켜보고 취재하는 데 10년의 세월을 보낸 뒤 이번 책을 완성했다. "간화선은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스승을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선방에 가만히 앉아서 수행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수불 스님은 최고의 간화선 스승입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고압 전류에 감전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수불 스님은 우주의 모든 사물이 돌고 돌 뿐 새로운 것도 사라지는 것도 없고 영원한 것도 없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원리를 한 순간에 깨닫게 해줍니다."

수불 스님은 현재 안국선원 선원장을 맡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안국선원은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뉴질랜드 등에서도 선원을 운영하고 있다. 안국선원은 스님과 재가자가 스님과 신도의 관계가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결속돼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조계종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대중에게 지도할 사람이 몇 분이나 될까 생각해봤습니다.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수불 스님을 대중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간화선은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인에게 가장 최적화된 수행법입니다."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작가는 1983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성철·법정 스님 책 외에도 '암자로 가는 길' '이순신의 7년' '천강에 비친 달' 등을 내며 인기 소설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법정 스님에게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받았다. 2002년 고향 인근 화순 쌍봉사로 내려가 '이불재(耳佛齋)'란 작업실을 짓고 전업 작가로 지내고 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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