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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넉넉한 무상배출권’에 숨은 철강사…수출 경쟁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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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동국제강 줄었지만 현대제철 600만톤 늘어

지난해 철강업 온실가스 2019년 대비 400만톤↑

산업경쟁력 고려해 무상배출권은 1천만톤 늘려줘

온실가스 배출권이 탄소감축 실질효과 내지 못해

장혜영 의원 “배출권 총량·유상할당 안 늘리면

온실가스 감축도, 수출기업 미래도 암담”


한겨레

지난해 2월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차 그린철강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연극 (앞줄 왼쪽부터) 동국제강 사장,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최정우 한국철강협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2050 탄소중립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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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포스코는 206만톤 줄고 동국제강은 1천톤 감소한 반면 현대제철만 618만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 3사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같은 기간 412만톤 증가했는데, 이 기간 철강업종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은 1천만톤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이 온실가스 감축 유도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 배출 관련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한국 철강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철강업종, 배출권 덕에 ‘양호’한 성적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온실가스정보종합센터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9년에 견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포스코가 8천만톤에서 7800만톤으로, 동국제강은 187만8천톤에서 187만7천톤으로 줄었지만 현대제철은 2230만톤에서 2849만톤으로 27% 증가했다.

철강 3사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9년 1억473만톤에서 2020년에는 1억612만톤, 지난해에는 1억886만톤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이 합법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연단위 배출권은 9837만톤에서 1억842만으로 1005만톤 늘었다. 이에 따라 철강업종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초과량은 42만톤이라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국내 철강 3사가 해마다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 1억여톤은 한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가량이다. 포스코는 누적 배출량 기준으로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이다. 현대제철은 누적 배출량 기준으로는 7위이고 지난해에는 배출량 2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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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온실가스정보종합센터 자료를 토대로 재가공한 철강 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할당됐던 배출권. 2021년 포스코의 경우와 같이 배출권한이 실제 배출량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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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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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 못하면 한국 수출 기업은 타격 불가피”

철강업종은 ‘느림보’ 탈탄소 대응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혜영 의원을 통해 <한겨레>가 입수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한국은 유럽연합과 미국의 탄소국경 제한에 취약한가?’ 보고서(기획재정부 의뢰로 지난 7월 작성)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미국의 청정경제법(Clean Competition Act·CCA)은 한국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국 배출권 거래제의 광범위한 무상할당과 유럽연합과 한국의 배출권 가격 차이가 한국 수출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에서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에 따른 관세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기재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동 보고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연구’는 “한국의 탄소 가격은 톤당 15.9달러로, 중위 수준의 탄소 가격을 부과 중”이라며 “탄소 가격 강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세계적으로 탄소 가격 체계를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6월 톤당 3달러 수준인 세계 탄소 가격 평균가를 톤당 75달러(약 10만8천원)까지 올려야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5월 ‘탄소 가격 결정 현황 및 동향’ 보고서에서 2030년 탄소 적정 가격을 50~100달러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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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탄소 가격은 세계적으로 볼 때 중위권이다. 그러나 세계 평균 탄소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등의 진단이 나오고 있다. 또 유럽연합과 미국등 에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관세 등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의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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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 교수(경제학)는 “유럽연합은 탄소를 배출하면 돈을 내야 한다는 신호를 업계에 분명하게 주고 있다. 또 자국 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무상 할당을 조절한다는 원칙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냥 기업간 양자거래 정도에 그친다”며 “유럽연합에 한국 철강 기업들이 수출하는 양은 3조원대에 불과하지만 미국에서 유사한 제도가 도입될 경우 미국 수출이 많은 한국 철강업계에 타격은 커질 수 있다. 다만, 무리한 감축 목표를 강요하는 것도 산업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 기준을 제대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배출·난감축 산업, 인센티브 정책 필요”

한국 정부의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연구’ 보고서는 “기존에 활용해 온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 할당 비율을 늘리고,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별로 다양한 방식의 세금 부과 정책이 필요하다”며 “철강·석유화학과 같은 온실가스 다배출·난감축 산업은 온실가스 저감 혁신 기술 도입 촉진을 위한 탄소차액계약제도와 같은 인센티브 기반의 산업 정책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탄소차액계약제도는 정해진 기간 동안 감축된 탄소의 가격을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독일이 도입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 선진화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2030년과 2050년까지의 탄소 감축 로드맵 작업이 확정돼야 기업별 배출권 할당 총량 등 3~4기 배출권 거래제 유·무상 할당 목표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업들과의 현장 간담회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혜영 의원은 “한국 배출권 거래제도는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산업 등에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고, 배출량 증가보다 더 큰 폭으로 할당량을 설정하는 등 제도가 너무 관대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배출권 할당 총량과 유상 할당 비율을 빨리 확대해야,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피해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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