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스피의 주력 ODM제품인 ANF 시리즈. 장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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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고 지난달 29일 충남 논산시에 있는 오에스피 생산 공장에 미리 다녀왔죠. 여러분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앤츠랩 게시판(https://bbs.joongang.co.kr/antslab)에 글을 남겨주세요. 저희가 가서 (가끔은 전화로) 쏠쏠한 정보를 모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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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스피는?
2004년 설립한 오에스피는 원래 종이 포장지 제조업체였는데요. 2011년 유기농 사료 제조에 도전하면서 성장을 시작, 어느새 국내 펫푸드 ODM(제조자개발생산) 1위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반려견이 있다면 모르기 어려운 브랜드 ANF(우리와)부터 사조동아원, 풀무원 등이 주요 고객사인데요. OEM이 아니라 ODM이라는 건 단순 제조가 아니라 개발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뜻. 실제로 2020년 자체 PB 상품인 ‘네츄럴 시그니처’를 내놨고, 이달부터는 새로운 시리즈 ‘인디고 포우’도 출격합니다.
빠르게 회전하며 재료를 잘게 가는 펄버라이저. 오에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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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에스피는 지난해 IPO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발목을 잡았죠. 약 석 달 간 공장 문을 거의 닫았는데 그런데도 2021년 매출이 2020년 매출보다 많았습니다. 시장 규모 확대와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지난해 매출은 157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이었는데요. 올해는 매출 200억원 돌파가 유력해 보입니다.
최대주주는 지분 42.61%를 보유한 우진비앤지입니다. 동물용 의약품을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인데요. 강재구 오에스피 대표가 우진비앤지의 최대주주(13.79%)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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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유기농 사료 어떻게 만들까?
반려동물 사료는 어떻게 만드나. 유기농 사료는 뭐가 좀 다른가. 궁금한 게 많았는데요. 2000평 규모의 이 공장에 펫푸드 라인을 갖춘 건 2012년입니다. 연간 7158t가량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죠.
오에스피는 유기농 사료를 주로 만든다고 했는데요. 흔히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 제품군 중에서도 유기농인 것과 아닌 것이 있습니다. 유기농 제품이란 표기를 하려면 당연히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요. 원료부터 그 인증을 받은 것만 쓸 수 있죠.
사료 진공 코팅 과정. 오에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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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분쇄→혼합→성형→건조→코팅→이송→포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품별로 재료의 비율 등 레시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분쇄부터 이송까지의 전 과정이 거의 자동화돼 있는데요. 실제로 공장 내엔 직원을 찾아보기 어렵죠.
일단 원재료(곡물)를 잘게 갈아야 합니다. 개나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은 큰 동물보다 장이 짧아 소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고속 회전을 하는 펄버라이저(미분쇄기)를 동원해 2차 분쇄까지 해줍니다. 그런 뒤 생고기도 갈아서 넣어주죠.
여기에다 고온의 열과 압력을 가하면 배합된 사료가 부풀어 오르는데요. 쌀로 뻥튀기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 다음에 보통 아는 사료 모양으로 잘라주면 됩니다.
끝이 아닙니다. 수분을 빼줘야 하는데요. 건사료 수분율 기준이 12% 정도인데 오에스피는 7~8% 정도로 더 낮춥니다.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유통기한을 확보하는 비결이죠. 고온으로 건조했으니 또 식혀야 합니다. 그 다음이 바로 코팅인데요. 사료를 만져보면 알지만, 겉면이 좀 미끄러워요. 표면에 지방을 분사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을 단순히 사료 겉면에 묻히지 않고, 진공 공법을 이용해 속에 침투하게 하는 게 오에스피의 차별점입니다. 식용유를 오래 두면 냄새가 나듯 지방이 공기와 만나면 산패 현상이 발생하는데 그러면 맛도 떨어지거든요. 강아지나 고양이도 싫어하고 아무래도 덜 먹게 되죠. 최대한 맛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겁니다. 〈이상윤 오에스피 사업부문장〉
오에스피 펫푸드 제품군. 오에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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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제품은 포장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도 좀 특이합니다. 제조된 사료가 밀폐된 원통형 캡슐에 담겨 케이블카처럼 이동하는데 이물질 유입을 막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해외 커피 제조업체의 비법을 벤치마킹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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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가능성은?
일단 산업 자체가 쑥쑥 크고 있습니다. 마치 전기차 시장처럼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2018년 511만에서 2020년 638만 가구로 증가. 특히 반려묘는 같은 기간 128만 마리에서 258만 마리로 2배 이상 늘었죠.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도 연간 8.6%씩 성장할 전망(한국농촌경제연구원)입니다.
글로벌 전체로 보면 내년 약 120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거로 보이는데요. 질적인 변화도 관측됩니다. ‘가족과 다름없다’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좋은 사료, 몸에 좋은 간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겁니다.
이달 출시 예정인 인디고 시리즈. 오에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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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꿀같은 시장, 다른 기업이라고 그냥 두고 볼 리 없죠. 하지만 유기농 제품은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유기농 인증 제품을 팔려면 원료부터 제조 시설, 유통까지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죠. 판매할 수 있는 제품군까지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오에스피에 ODM 수요가 몰리는 이유죠.
반려인의 인식 변화에 따라 프리미엄군에서도 유기농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증을 받아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데 한국과 미국 유기농 인증, HACCP 인증까지 모두 받은 건 국내에서도 드물고, 저희가 우위를 점하고 있죠. 많은 회사가 ODM 제안을 하고 있는데 생산 시설을 확충하면 영향력도 더 커질 거로 봅니다. 〈김청진 경영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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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스피의 경쟁력은?
‘그래 봐야 국내, 그래 봐야 생산 대행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회사의 청사진엔 장기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구상도 담겨 있습니다.
첫째, 수출입니다. 2020년 자체 PB 상품인 ‘네츄럴 시그니처’를 출시하면서 홍콩과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는데요. 접근성이 좋은 동남아시아 시장이 첫 시험대. 현재 태국, 칠레 진출도 가시권에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인데요. 모회사인 우진비앤지의 오랜 해외 진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네요.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게 필수적인데요. 가급적 빨리 새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는 거죠.
지난 9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강재구 오에스피 대표는 “펫푸드 제조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생애 전 주기를 다루는 라이프 케어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출발점이 자사몰 출시인데요. 펫푸드나 간식 직거래는 물론 반려동물 미용, 장례, 카페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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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도 있습니다. 질병에 맞는 처방식 사료와 치료제를 개발하는 건데요. 지분 투자를 한 닥터아이앤비가 현재 암(종양)과 근감소증 관련 치료 의약품을 개발 중입니다.
꾸준히 증가하는 매출과 매력적인 영업이익률, 시장 분위기까지 매력은 분명합니다만 체크해야 할 변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경쟁력은 매년 입증해 나가야 합니다. 당장 국내 펫푸드 시장에서 존재감이 가장 크다 할 로열 캐닌과의 경쟁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죠. 로열 캐닌은 다국적 사료회사인데요. 국내에 제조 공장도 있습니다.
제품군에 차이가 좀 있긴 해도 국내 매출만 놓고 보면 오에스피가 10분의 1 수준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추격하느냐가 관전 포인트. 해외 수입 사료가 최근 환율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건 당장은 호재지만, 반대의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지켜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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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은 어떻게?
총 공모 주식 수는 205만6000주로 전량 신주 모집입니다. 공모 금액은 확정 공모가 기준 약 172억7000만원. 회사 측은 공모 자금으로 천안에 새 공장을 짓고 2024년 현재 생산능력의 3배인 2만1500t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공모 물량의 25%인 51만4000주가 일반 청약 대상입니다. 내일부터 5일까지 진행되는데요. 주관사는 대신증권, 상장 예정일은 14일입니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전체의 34.48%로 꽤 많은 편.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PB 제품 영업이익률(28.0%)이 ODM 사업(12.8%)보다 높은데 신규 PB 제품 출시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
내년 1월 판매 물량부터 ODM 판매 단가를 10% 인상하는데 곡물가 하향 안정화에 따른 재료비 경감 효과 등을 고려하면 향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논산=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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