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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제2 n번방 수사에도 '능욕방'은 활개... '놀이'가 된 음란물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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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서 밤낮으로 쏟아지는 허위 영상물
친구, 가족 등 일반인 대상 음란물 제작 의뢰
합성 딥페이크 영상 등 편집해 버젓이 공유
"허위영상물과 불법촬영 피해 똑같이 봐야"
한국일보

'돌아온 OOO방', '버전 2' 등 이름으로 지난달 12일 운영을 재개한 텔레그램의 한 능욕방. 일반인 사진을 타인의 신체와 합성한 사진과 동영상 등 불법 영상물이 버젓이 공유되고 있다.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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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능욕해주세요.” “합성해주시는 분께 ◇◇이 아이디 알려줌.”

지난달 30일 참여자 2,843명이 모인 텔레그램 한 채팅방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곳은 특정인을 상대로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합성사진이나 허위 영상물 ‘딥페이크’가 공유되는 공간이다. 일명 ‘지인 능욕방’으로 불린다. 얼마 전 ‘제2의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자 자체 폐쇄했다가 ‘돌아온 ○○○’, ‘버전 2’ 등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을 재개했다.

방이 다시 문을 연 지난달 12일부터 2주간 살펴보니 무려 1,070개의 사진과 영상이 공유됐다. 한 참여자가 특정인 원본 사진을 올린 뒤 “능욕해 달라”고 요구하면, 다른 참여자들이 사진을 타인의 알몸과 합성한 허위 영상물로 응답하는 식이다. 피해 대상은 연예인, 인플루언서(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부터 전 여자친구, 가족, 지인 등 일반인을 가리지 않는다. 지인 음란물을 그저 ‘놀이’로 즐기는 것이다.

n번방과 박사방, 엘(가칭) 등 텔레그램 성범죄에 수사망이 좁혀오자 법 테두리를 벗어난 변종 성폭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지인 능욕방에선 일반인 대상 음란물 합성, 성희롱, 신상유포 등 불법ㆍ탈법이 판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행법으로는 콘텐츠를 처벌할 방법이 없어 디지털성범죄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허위영상물 2년 새 5배 급증... 검거는 제자리

한국일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보당 관계자들이 '제2 n번방'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신속한 대응 등을 촉구하는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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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 아무리 온갖 대책을 내놔도 텔레그램 성범죄는 점차 지능화되어 가고 있다. 2019년 n번방의 실체를 폭로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조차 “8월 초 제 능욕방이 생겼다”며 피해 사실을 밝혔을 정도다.

지인 능욕방들은 성업 중이다. 수천 명이 모인 하위방에는 “채팅 500개 이상, 본인이 제작한 합성 자료를 인증하면 상위방으로 갈 수 있다”는 공지가 반복해서 올라오고, 상위방에선 소수가 모여 더 높은 수위의 음란물과 지인의 신상정보를 공유한다. 일부는 교복을 입은 중ㆍ고교생 사진을 게재하기도 한다.
한국일보

딥페이크 성적 허위영상 처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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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영상물 실태는 심각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2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이 시행된 2020년 6월 이후 올해 8월까지 방심위가 시정요구나 자율규제를 조치한 허위 영상물은 총 6,357건에 이른다. 2020년 548건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2,988건으로 치솟더니 올해는 8월까지 벌써 2,821건이나 된다.

수사는 더 어렵다. 허위 영상물 유포 경로가 대부분 해외에 기반을 둔 탓이다. 경찰은 지난해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적 허위영상물 발생 156건 중 74건을, 올해는 8월까지 108건 중 47건을 검거했다. 검거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참여자들이 “조심만 하면 안 걸린다” “텔레그램이 협조하지 않는 이상 안 잡힌다”며 범죄를 일삼는 이유다.

"불법촬영과 피해 같아… 소지·시청도 처벌해야"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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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딥페이크 처벌법이 규정하는 범죄 행위는 편집ㆍ합성 또는 가공에 그쳐, 허위 영상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한 이들을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5월 허위 영상물 등을 소지ㆍ구입ㆍ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처벌할 수 있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지금도 소관 상임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막대한 피해를 감안하면 허위 영상물 역시 불법 촬영에 버금가는 범죄로 보고 처벌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재미로 사진을 합성했다고 해도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낀다면 명백한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센터소장도 “새로운 디지털성범죄 유형이 부각될 때마다 법이 누더기처럼 만들어지거나 개정되는 방식이다 보니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허위 영상물도 불법 촬영에 준하는 처벌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경찰 딥페이크 성적 허위영상 단속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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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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