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태극기 휘날리며 K-치킨이 간다…뉴욕도, 두바이도 “달달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BBQ, 오클라호마주 진출…20개 주에 150개 매장

bhc·교촌도 말레이시아·싱가포르·두바이 등 진출

한류 열풍·국내 시장 포화 등이 해외 공략 이유


한겨레

미국 맨해튼 K타운점에서 치킨을 먹는 미국인들 모습. 제너시스비비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독자 209만명을 거느린 유명 유튜버 ‘올리버쌤’이 가족과 함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삼촌을 만나러 갔다가 ‘한국식당’을 방문한다. 올리버쌤이 안내한 곳은 바로 한국 치킨을 맛볼 수 있는 ‘비비큐(BBQ)’. 삼촌은 순살 갈비 치킨, 엄마(로희 여사)는 허니 갈릭맛 치킨, 올리버쌤 부부는 양념치킨을 주문한다. 딸 체리를 위해서는 사이드 메뉴인 ‘소떡소떡’을 시켰다. 난생 처음 한국 치킨을 맛본 삼촌과 엄마는 특히 양념치킨에 반해 “달달하다” “우리가 먹던 윙보다 맛있다”를 연발한다. 미국엔 없는 ‘치킨 무’를 맛볼 땐 “느끼함을 잡아준다”며 감탄한다. ‘한국 양념치킨을 처음 먹어보는 미국 할머니와 할아버지’라는 제목을 단 이 영상은 3주 만에 조회수 128만여회를 기록했다.

‘케이(K)-치킨’ 공세가 거세다. 일본·대만·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아시아권을 넘어 캐나다·독일·미국 등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리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한국 시장에 한계를 느낀 치킨 업계가 케이-팝과 케이-드라마 열풍을 타고 더 넓은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비비큐는 미국 중남부 지역 오클라호마주에 ‘비비큐 오클라호마시티점’을 연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이 지점은 오클라호마주 내 첫번째(1호) 매장으로, 비비큐는 이로써 미국 20개 주에 매장을 내게 됐다.

현재 비비큐는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텍사스, 하와이 등 20개 주에 진출했다. 하반기에는 앨라배마, 애리조나, 델라웨어, 인디애나 등으로 지역을 더 넓힌다는 계획이다. 최두진 제너시스비비큐 홍보전무는 “치킨은 물론 사이드 메뉴로 김치볶음밥, 떡볶이, 잡채 등 한식 메뉴도 같이 판매한다”며 “치킨을 시작으로 케이푸드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한겨레

209만 구독자를 거느린 ‘올리버쌤’이 가족과 함께 방문한 비비큐 덴버점에서 메뉴판을 보는 장면. 김치볶음밥, 소떡소떡, 떡볶이 등이 사이드 메뉴로 소개된다. 올리버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06년 처음 미국 진출을 시작한 뒤 미국 진출을 해외 진출의 주력으로 삼고 있는 비비큐는 현재 20개 주에서 1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도 늘고 있다. 2019년 2800만달러(403억여원)에서 2020년 3300만달러(475억여원)로 늘었고, 지난해엔 7300만달러(1051억원)에 달했다.

비비큐 관계자는 “해외 진출 시에도 한국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되, 일본에선 황금올리브치킨이 아이들 입맛에 맵다고 한다는 지적에 따라 매운기를 뺀다든가 하는 식으로 조금씩 변형을 한다”며 “특이한 점은 미국에서도 매콤달콤한 한국식 양념치킨의 인기가 매우 높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치킨 업체들도 앞다퉈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8년부터 홍콩에서만 2곳의 매장을 운영했던 비에이치시(bhc)그룹은 오는 11월 말레이시아에 비에이치시치킨 1호점을 여는 데 이어 내년 4월엔 싱가포르 1호점도 연다는 계획이다. 비에이치시 관계자는 “치킨 뿐 아니라 한우 전문점 ‘창고43’ 등의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라며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할 해외사업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진출시켜, 한국 음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겨레

제너시스비비큐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낸 ‘오클라호마시티점’ 전경. 제너시스비비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촌은 이미 6개국에서 7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 상반기에만 말레이시아에 2개점, 두바이에선 5호점까지 신규 매장을 냈다. 교촌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 진출 역시 ‘배달·포장형’ 모델로 전환했고, 지난해 12월 문 연 두바이 1호점은 개점 한 달 만에 매출 1억5천만원을 돌파하는 등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치킨 업계가 이렇게 해외 진출에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전 세계를 휩쓴 한류의 영향이 크다. 최두진 전무는 “비티에스·블랙핑크 등 케이팝 가수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도깨비> <더 킹> <사랑의 불시착> 등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등장한 치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다. 주 소비층이 10~30대 젊은 층인 것도 이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인 점도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는 이유로 꼽힌다. 최근 대형마트 발 ‘반값 치킨 전쟁’과 함께 ‘치킨플레이션’과 ‘과도한 영업이익률’로 비판을 받은 치킨 업계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치킨 2만원 시대’라는 비난이 쇄도했지만, 물가와 인건비 차이를 고려해도 미국 등에선 ‘30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치킨이 그렇게 비싼 음식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한류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큰 아시아, 피자 등 배달 음식에 익숙하고 아시아-아메리칸의 비중이 높은 미국이 주요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남다른 시각, <한겨레> 네이버 뉴스 구독
▶▶아침을 바꾸는 습관 H:730▶▶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