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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환율 1,500원 오나... 외환위기 경고에도 오락가락·엇박자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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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개입만 반복, 뒤늦게 환율 대책 발표
그마저 미시 정책 불과해 효과 미지수
안이한 인식·대책·엇박자... 시장 불안
한국일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2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 환전소 전광판에 이날 거래되는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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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1달러=1,400원’ 벽을 뚫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마저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나섰지만 효과가 제한적인 미시 대책, 혼란을 부추기는 엇박자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원팀'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우리 경제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고(高)'에다 무역적자까지 겹치며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환율 1,400원 뚫리자 늑장 대책 발표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6월 “위기 징후로 보기 힘들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던 정부는 이후에도 효과 없는 구두 개입만 반복했다. 환율이 1,400원마저 넘어선 뒤에야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 스와프 체결(23일)과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25일), 국채 긴급 바이백(28일) 등 환율 안정 방안을 내놨다. 민간이 해외 금융자산을 팔고 해당 자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국민연금과 한은 간 외환 스와프가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매입 수요를 줄여 원화 가치 안정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시장이 아닌 한은에서 조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긴 힘들다”(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유동성을 추가 확보하는 게 아니라 한은 보유 달러를 사용하는 방식이라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환율이 달러 사재기 탓?


고환율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시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시장은 해외투자자금 대거 이탈로 한국·필리핀·태국 등 경상수지가 적자인 아시아 국가에 ‘제2의 외환위기’가 불어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정부는 세계 9위 수준인 외환보유고 등을 이유로 경제위기 우려에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정부가 최근 ‘달러 사재기’를 환율 급등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성욱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현재 환율 급변동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건 역외 움직임이 아니라 국내 주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국민이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미리 달러를 사놓거나 보유한 달러를 팔지 않으면서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파운드화·엔화·위안화 등 주요 통화가치 급락 등에서 고환율 원인을 찾는 시장 분석과 크게 다른 부분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사재기만으로 강달러 현상을 설명하는 건 무리”라며 “안이한 현실 인식과 대책, 엇박자로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니 그 불안감에 사재기 수요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이나 한미 통화스와프를 놓고 경제수장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22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통화스와프도 한미 간 협의 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 장치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나흘 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가 처한 입장에서 이론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위기 대응 능력 도마…1,500원 돌파 초읽기


윤석열 정부 경제팀의 위기 대응 능력이 도마에 오른 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불안감은 공포로 뒤바뀌어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속페달을 밟은 ‘킹달러’ 현상이 좀처럼 주저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강 교수는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한 번 더 단행하면 환율 1,500원 돌파는 시간 문제”라며 “환율 천장이 어디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환율이 1,600~1,700원까지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달러를 풀어 환율 안정에 나서는 단기 대책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부담이 가중될 경제주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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