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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지평선] 우리도 ‘머스크 장관’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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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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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 차기 행정부에 설치될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된 시기(지난 12일)와 맞물려 가상화폐 시장에도 정부효율부 약칭을 딴 새 '도지(DOGE)코인' 6종류가 최근 등장했다. 모두 머스크를 추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행 캐릭터에 기반해 탄생한 밈(meme)코인이다. 그중 한 코인의 발행주체가 만든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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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 인수팀이 ‘비밀자금’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정부 지원금을 거부하는 대신 대기업이나 이익단체들로부터 무제한으로 자금을 모금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모금 규모, 기부자, 지출 내역 등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에게 잘 보이고 싶으면 누구나 본인의 정체를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거액의 기부가 가능한 구조다.

□ 공공연하게 ‘이권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트럼프 공략법’을 소개했다. 쿡은 트럼프 첫 임기 때부터 직접 전화하고 식사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수차례 애플에 유리한 세금정책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번 대선 직전에도 “쿡이 전화해 유럽연합(EU) 벌금의 부당성을 토로하더라”며 “그들이 미국 기업을 착취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애플이고, 또 쿡이니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 트럼프 1기에서도 그랬듯 2기 또한 ‘억만장자 내각’으로 꾸려진다. 요직에 지명된 이들 중에는 1조 원대 자산가가 수두룩하다. 전설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투자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부동산 개발사업 등으로 부를 축적한 더그 버검 내무장관 지명자,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공동 설립자 린다 맥맨 교육부 장관 지명자 등은 재산이 1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팔은 당연히 안으로 굽을 것이다.

□ 압권은 신설될 정보효율부 공동 수장에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다. 500조 원대 재산가인 그는 트럼프 공식 기부금만 1억2,000만 달러(약 1,670억 원)다. 그 대가로 정부 규제 혁신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었으니 본인 사업의 족쇄를 푸는 등 ‘셀프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머스크가 연방정부 개혁의 첫 대상으로 국방부를 정조준하고 나서자 머스크의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가 득을 볼 수 있다는 관측부터 나온다. 국내에선 개각을 앞두고 ‘우리는 왜 머스크 같은 장관이 안 되느냐’고 볼멘소리가 쏟아지지만 이런 논란은 쏙 뺀 지적이다. ‘파격’ 메시지만 배우면 될 일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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