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수지 적자폭 확대 우려에 교역조건도 갈수록 악화하면서 경상수지 적자 전환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사실상의 촉발점이 바로 '경상수지 적자'였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외환위기가 촉발되기 직전인 1996년에 우리나라는 230억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로 먹고살던 우리나라가 이처럼 막대한 경상적자를 기록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회의감을 갖고 썰물같이 이탈하면서 원화값 폭락(환율 급등)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
최근에 경상수지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바로 당시의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국은행은 7월 국제수지 통계를 발표하면서 악화하는 교역조건에 따라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영환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8월 무역수지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내며 상품수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의 우리나라 대외건전성 지표나 위기 원인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상당 부분 닮은 부분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경상수지의 한 축인 무역수지는 올해 연간으로 적자가 확실시된다. 올 들어 9월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292억1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3억달러)과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206억달러)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2.49(2015년=100)로 통계를 집계한 1988년 1월 이래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3% 줄어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한 국가가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수치가 100에 미치지 못하면 수입품에 비해 수출품이 상대적으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원화값 절하의 영향도 배제된 지표다. 그럼에도 교역조건이 악화된 까닭은 반도체 가격의 약세와 화학제품 등의 수출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현재 1440원대까지 추락한 달러당 원화값도 문제다. 원화값이 1400원을 밑돈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과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박동환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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