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부터 좀비들은 칼 갈았다…무서워야 사는 '할로윈 전쟁'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채경선 미술감독이 에버랜드 할로윈 축제의 공포체험존 '블러드시티'의 공간 연출을 맡았다. 2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채경선 감독이 블러드시티의 컨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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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6관왕을 기록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미술감독 채경선(43)씨가 국내 테마파크 호러 축제 디자인을 맡았다. 올해 미국 에미상에서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대종상 미술상도 두 차례(2011년 '조선명탐정', 2015년 '상의원')나 받았던 채경선 감독이 에버랜드 2022년 시즌 '할로윈 축제'에서 공포체험존 '블러드시티'를 제작했다. 세계적인 영화 미술 전문가가 어쩌다 테마파크 공간을 연출하게 됐을까. 28일 채 감독과 함께 에버랜드를 방문해 이번 작업에 대해 들어봤다. 흥미로운 점은, 채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스크린 밖 공간이 좀비 득시글거리는 테마파크라는 사실이다.
Q : 에버랜드와 협업한 계기는.
A : '오징어게임'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작품 속 미술적 요소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백화점, 팝업 전시, 캐릭터 상품 등 여러 업체가 제안을 해왔다. 여러 제안 중에서 고민 중이었는데, 지난 5월 에버랜드에서 할로윈 축제 협업 요청을 해왔다. 어느 제안보다 흥미로웠다. 저는 물론이고 함께 일하는 팀원 모두 일정이 빠듯한데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전공인 영상 미술 이외 분야에 처음 도전한 셈이다. 의욕적으로 작업에 뛰어들어 약 한 달간 디자인에 매진했다.
올해 블러드시티는 급행열차를 타고 좀비가 점령한 도시를 탈출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좀비 분장을 한 방문객이 기차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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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테마파크 공간 디자인은 생소할 텐데 수락한 이유는.
A : 아이와 해마다 여러 번 방문할 정도로 에버랜드가 친숙했다. 아이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늘 영화나 드라마로만 작업물을 보여줄 수밖에 없어 아쉬웠는데, 직접 디자인한 공간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다. 사람들이 놀고 오는 판타지 공간인 데다, 축제 기간인 만큼 직관적이고 최대한 쉽게 공간을 연출해보고 싶었다.
2017년 첫선을 보인 호러 체험존 '블러드시티'는 가을마다 진행하는 에버랜드 할로윈축제의 주무대다. T익스프레스 등 놀이기구가 있는 '알파인 빌리지' 전체를 폐허 도시처럼 연출하고 좀비로 분장한 배우들이 등장해 극도의 공포를 자아낸다.
Q : 장르물과 시대극 미술 작업을 많이 했는데 호러도 좋아하나.
A : 지금까지 호러물을 해본 적이 없다. 너무 무섭다. 공포 체험도 잘 못 한다. 그러나 인간 누구나 가진 기괴함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는 건 창작자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쁘고 알록달록한 것만 좋아하는 게 인간 감정의 전부가 아니라고 본다. 우울하고 염세적인 감정도 피할 수 없지 않나. 블러드시티를 찾는 사람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탈출하는 재미와 해방감도 누렸으면 한다.
채경선 감독이 가장 공들인 블러드 시티 '중앙역' 입구.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로, 방문객 대부분이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호러 마니아는 올해 블러드시티가 '역대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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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올해 블러드시티는 기존과 어떻게 차별했나.
A :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를 컨셉트로 삼았다. 실제로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갇혀 답답한 시기를 보내지 않았나. 좀비가 들끓는 도시를 급행열차 타고 탈출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었다.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블러드시티 입구 '중앙역'이다. 탈선한 기차, 철로, 터널, 네온사인 등을 공포영화 세트장처럼 연출했다. 탈출 안내문이 뜨는 LED 화면, 현란한 미디어 파사드 같은 장치로 더 오싹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에버랜드가 무궁화호 두 량을 어렵게 공수해 더 생생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중앙역' 글씨를 눈높이에 배치하는 등 인증사진을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도 최대한 반영했다.
28일 에버랜드를 방문한 채경선 감독이 직접 디자인한 공간을 설명하는 모습. 채 감독은 "근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구현하고 싶었다"며 "코로나로 오랫동안 갇혀 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탈출과 해방을 맛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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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오징어게임'이나 다른 영화에서 착안한 부분도 있는지.
A : '오징어게임'과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주로 근미래 디스토피아를 훌륭하게 다룬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색감과 오브제를 참고했다. 분홍색과 녹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오징어게임'과 달리 '블러드시티'인 만큼 붉은색을 많이 쓰긴 했다.
Q :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K드라마 작업자로서, K테마파크와 일해본 소감은.
A : 케이팝과 한국 영화·드라마, 한식에 전 세계인이 열광한다. 테마파크도 외국인이 한국을 찾아오면 꼭 들를 곳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그러려면 새로운 변화와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콘텐트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마블과 경쟁할 수 있는 건 우리만 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용인=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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