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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시그널] 'IFC 딜' 불발 이어 동화까지···서울 알짜빌딩 매각 '이상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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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에 상업용부동산도 휘청

부동산PF 대출금리 10% 달해

'이자비용 > 임대수익' 역마진

동화빌딩 우선협상자 시티코어

가격 인하 요구하다 지위 박탈

광화문 콘코디언도 흥행 실패

희망가보다 200억 이상 하락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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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공실률이 낮아 그간 ‘불패’로 여겨지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이상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4조 원 넘는 몸값이 형성된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마저 급변한 시장 환경에 매각이 불발되면서 오피스빌딩 시장의 자금 조달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빌딩 매입을 위한 은행 대출금리는 연초 대비 2배가량 급등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 지역인 서소문 동화빌딩 매각에 나선 마스턴투자운용은 시티코어·NH투자증권·삼성SRA자산운용 컨소시엄의 인수 우선협상자 지위를 최근 박탈했다. 이달 들어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시티코어 컨소시엄이 올 7월 말 본입찰 때 제시한 3100억 원을 지급하기 어렵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차순위였던 이지스자산운용 등을 대상으로 매각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매각가는 이전보다 낮추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동화빌딩이 위치한 서소문동 58-7 일대는 지난해 말 서울시로부터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향후 집적 효과가 기대된다. 도심업무지구에 위치한 데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이 근접해 입지 조건이 우수한 만큼 개발 이후 시세 차익을 노린 기관투자가들이 7월 말 마스턴투자운용이 진행한 매각 본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했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가 보유한 서소문동 116 외 2필지(대지 면적 약 124평)도 포함됐다. 2020년 SK디앤디로부터 110억 원에 매입한 자산으로 역시 서소문 정비계획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급등한 금리는 오피스빌딩 매각을 흔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사상 첫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속에 자금 조달 금리는 이달 들어 큰 폭으로 뛰었다. 부동산담보대출의 바로미터가 되는 3년물 금융채 금리는 이달 26일 기준 5.809%로 8월 초(4.284%)에 비해 두 달도 안 돼 1.6%포인트나 급등했다.

동화빌딩처럼 개발을 앞둔 자산의 경우 증권사 등이 보증을 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PF 대출금리도 현재 선순위 기준 연 10% 수준까지 치솟았다. 3% 후반에서 4% 초반대에 머물렀던 지난해 대비 2배 넘게 높아진 것이다. 금리 환경이 급변하자 부동산을 통해 얻는 임대 수익보다 이자 비용이 많이 나가는 ‘역마진’ 우려가 커진 것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던 여의도 IFC 역시 매각 본입찰부터 자금 납입까지 5개월가량이 흐르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이탈했다. 선순위 대출 금리도 2%대에서 5%대로 급등하면서 지분 투자자들이 3년 이상 배당 수익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 비용이 높아지자 빌딩 매도인과 인수자 간 눈높이 격차도 커져 딜이 무산되기도 했다. GRE파트너스자산운용이 7월 명동 화이자타워 매각을 추진했다가 최근 철회했다. 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자들이 써낸 가격이 GRE 측이 원한 수준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광화문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 사옥) 매각은 흥행에 실패하면서 가격도 떨어졌다. 콘코디언을 보유한 DWS자산운용은 입찰에 앞서 매각가로 7000억 원 안팎을 요구했으나 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가 3곳에 불과했고 제시한 가격도 크게 낮아져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DWS자산운용은 시중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에 콘코디언의 몸값을 6800억 원가량으로 낮춰 마스턴투자운용과 거래를 협의 중이다.

해외에 빌딩이나 물류센터를 보유 중인 기관투자가들의 고민도 비슷하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올 상반기부터 펀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DC의 ‘2 인디펜던스 스퀘어’ 빌딩을 매각하려 오팔홀딩스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으나 양측 간 수차례 가격 협상을 거듭한 끝에 최종 거래가 불발됐다. 펀드 만기가 내년 4월인데 시한 내 하나대체운용이 원하는 가격에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영증권 역시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의 아마존 물류센터를 자기자본(PI)으로 인수했지만 1년 가까이 해당 자산을 팔지 못하고 있다. 당시 투자자 모집과 대출 등에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우량 물건을 선점하려 전액 현금으로 자산을 사들였지만 올해 리파이낸싱(자본 재조달)을 진행하면서 대출금리가 크게 뛰어 수익률이 2~3%대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피스와 리테일(소매), 산업용 부동산의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감소했다. MSCI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세계적으로 2분기 변곡점에 도달했다”며 “투자 활동에 비해 부동산 가격은 늦게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뛰면서 시장 유동성이 떨어지는 만큼 향후 가격 조정 압박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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