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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목포의 눈물… 굳세어라 금순아… 가요 41곡으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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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만 송이의 사랑’ 4代에 걸친 연인들 이야기

조선일보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연습 중 1990년대 대학생 커플의 모습. /극공작소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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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 밖으로 흘러간 대중가요들이 새어 나왔다. ‘목포의 눈물’ ‘낭랑 18세’ ‘굳세어라 금순아’ ‘님은 먼 곳에’···.

지난 22일 서울 정동 경향아트힐. 뮤지컬 ‘백만 송이의 사랑’(연출 고선웅)은 노래로 가로지르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다. 1930년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현재까지 지난 90년을 국가 대표 가요들로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들려준다. 4대(代)에 걸친 연인 6쌍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풀려 나온다.

1막은 일본 경찰에 쫓기던 독립운동가 임혁(정평)을 기생 향화(김지민)가 치마폭에 숨겨주면서 시작된다. 임혁을 만주로 떠나보내며 향화가 부르는 노래가 ‘목포의 눈물’이다. 그들의 아들 인수(라준)는 1950년 새신랑일 때 “말어. 가지 말어”라고 막는 엄마를 물리치고 “한 이틀 보초만 서고 오겠다”며 전쟁터로 갔는데 영영 소식이 끊긴다. 이 대목에서 ‘굳세어라 금순아’와 ‘봄날은 간다’가 흘러나온다. 한편 임혁의 수양아들 규섭(김도완)은 1960년대 시위 속에서 운명 같은 여인 희자(금보미)를 만나 ‘빨간 구두 아가씨’를 부른다. 인수가 남긴 아들 현석(김동현)이 1970년대 홀로 미국으로 떠날 땐 ‘님은 먼 곳에’가 합창으로 흘러나오는 식이다. 가요에 실린 정서와 이야기가 얼추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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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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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 본 ‘백만 송이의 사랑’은 주인공이 여럿이었다. 각 시대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마라톤처럼 펼쳐놓기 때문이다. 그것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 1980년대 이후를 담은 2막은 ‘아파트’로 열려 ‘춘천 가는 기차’ ‘취중진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낭만에 대하여’ ‘챔피언’ 등을 지나 ‘걱정 말아요 그대’로 닫혔다. 삽입된 가요는 모두 41곡. 이 주크박스 뮤지컬을 보면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경험한 기분이 들 것이다.

고선웅은 우리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로 꼽힌다. 그는 “일제시대부터 미군정, 경제 개발, 민주화를 겪으면서 우리가 같이 힘들게 견디고 살아왔는데 다른 세대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부족했다”며 “세대, 성별, 이념으로 갈라진 이들이 ‘저런 삶을 거쳐온 할아버지·할머니의 대를 이어 내가 여기 존재하는구나’를 느끼고 서로 포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공연은 10월 4~23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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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출연진 /극공작소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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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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