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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월드리포트] 중국 매체 "중국 김치, 한국서 환영"…'중국 유래' 표기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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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매체가 27일 "중국 김치가 한국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자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기상 악화로 배추 작황이 나빠 중국산 김치가 한국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이 매체는 "올해 초부터 한국에 대한 중국의 김치 수출량이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중국 산둥성 핑두시 런자오현의 김치 수출 현황을 소개했습니다. 이 지역 배추 공급업자를 인용해 "한국으로의 중국산 김치 수출량이 일주일에 평균 컨테이너 10개 정도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약 80%가 런자오현에서 생산된다"며 "이곳은 '최고의 김치 마을'로 등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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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중국 김치가 한국에서 환영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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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 "중국 작은 마을이 김치 한국 수출 주도"



글로벌타임스의 이 같은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년 전인 지난 2020년 12월에도 이 매체는 "한국이 수입하는 김치의 90% 정도가 중국산"이라며 "이 가운데 산둥성의 한 작은 마을이 김치 수출의 80%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산둥성의 한 작은 마을이 바로 핑두시 런자오현입니다. 한국의 김치 수급을 중국의 작은 마을이 좌우하고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한국의 배춧값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겹친 데다, 태풍까지 상륙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 정보에 따르면, 27일 기준 배추 도매 가격은 10kg에 2만 7,760원으로 지난해(1만 2,995원) 대비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평년 가격(1만 5,713원)에 비해서도 1.7배 수준입니다. 27일 기준 배추 한 포기당 소매 가격은 9,307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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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기준 배추 가격과 최근 배추 가격 추이(출처=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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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어난 것 역시 사실입니다. 관세청 무역 통계상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1억 986만 달러(1,568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609만 달러(1,229억 원)보다 27.6% 증가했습니다. 8월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 41.1% 급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중국 매체의 주장대로 "환영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배춧값은 20일 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이번달 말부터 배추 가격이 본격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음달 상순부터는 평년 수준까지 내려가고, 다음달 중순부터 가을 배추도 출하돼 11월 초 김장철 배추 수급은 원활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위생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 '김치'와 '파오차이' 병기



글로벌타임스의 보도 중에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김치(kimchi)를 표기하면서 중국의 절임 채소를 뜻하는 '파오차이(paocai)'를 병기했다는 것입니다. 이 매체는 김치가 중국 것이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김치는 중국에서 절임 배추를 뜻하는 파오차이로도 불린다"고 적었습니다. 김치와 파오차이가 같은 음식이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전에도 김치 관련 기사를 전할 때 "중국에선 파오차이로 불린다"는 말을 줄곧 덧붙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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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중국에서 파오차이라고도 불린다'고 주장한 지난해 1월 글로벌타임스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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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는 김치가 어떻게 표기돼 있을까요. 먼저, 김치의 정식 중국어 표기인 '신치(辛奇)'를 검색해 봤더니, '한국 파오차이'라고 나왔습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7월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을 개정하면서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를 '신치'로 명시했습니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한국 파오차이'는 한반도에서 채소를 주원료로 각종 과일, 해산물과 육류, 액젓 등을 첨가한 발효 식품"이라고 서술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파오차이, 즉 신치를 '파오차이'라 부르는 것은 부정확한 표현"이라고 적었습니다. 이어 "진정한 파오차이는 중국 서남부에서 성행하는 유산균 발효 음식으로, 제작 과정은 한국 파오차이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두 가지 음식은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비록 '진정(眞正)한'이란 표현과 '유산균'이란 표현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여기까지는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쓰촨성에서 유래한 중국 파오차이는 채소를 소금에 발효시킨, 피클에 가까운 음식으로 유산균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이두 백과사전, 여전히 "김치 중국에서 유래" 주장



문제는 다음 대목입니다. 바이두 백과사전은 신치를 설명하는 중간에 '파오차이의 유래'라는 항목을 만들어 "한국의 파오차이 문화에는 깊은 중국 유가 문화의 흔적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중국의 시경(詩經)에 채소 절임 '저(菹)'자가 나오는데, 이게 중국 사전에는 '절임 채소'로 등재됐고 이것이 한국으로 전래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록 뒷부분에 "고추가 한국에 전해지면서 중국에서 전해 내려온 전통적인 소금 절임 방법을 대체했다"고 적긴 했지만, 김치의 유래가 중국이라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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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백과사전은 '신치'를 설명하면서 중간에 '파오차이 유래'를 끼워 넣어 "한국의 파오차이는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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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바이두 백과사전에 '파오차이'를 검색해 봤습니다. 화면에 피클과 유사한 중국 파오차이 사진이 아닌, 한국의 김치에 가까운 사진을 올려놨습니다. 그러면서 파오차이의 분류에 '중국 파오차이', '한국 파오차이', '일본 파오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김치가 '파오차이'의 한 종류라는 뉘앙스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한국 파오차이를 설명하는 란에는 위와 같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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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 백과사전의 '파오차이' 검색 화면. 한국 김치와 유사한 사진을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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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2020년 11월 중국 파오차이 제조법을 국제 표준 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에 맞춰 제정하면서 김치 종주국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환구시보는 "중국이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며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한국의 반발이 거세자 중국 외교부는 "중국 파오차이와 한국 김치는 비슷한 점도 있지만 각기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다"면서 "서로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모호하게 봉합에 나섰습니다. 김치 논란에 대한 뒤끝은 여전히 개운치 않습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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