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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매경시평] 환율 상승의 명암과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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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섰다. 금년 초 1185원에서 출발해 6월 말 1300원을 돌파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자고 나면 오르는 환율은 영 불안하다.

이런 환율 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전 세계적 달러 강세에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나 엔화 등에 대해서도 연초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 그렇다 보니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에도, 원·유로 환율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고, 원·엔 환율은 오히려 하락한 상태다.

세계적 달러 강세에 더해 교역조건의 악화(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단가 급등과 반도체 가격 약세에 따른 수출단가 하락)는, 무역수지를 적자로 반전시키면서 환율 상승의 추가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와 교역비중이 높은 이웃 나라, 중국·일본의 경제 불안과 통화 약세가 원화 가치의 동반 하락을 부추기는 모습도 보인다.

그렇다면 환율 상승이 심리적 불안이라는 측면 외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무엇일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부분은 수출입이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동일한 금액의 달러가 우리 돈으로 환산될 때 20% 증가한다면, 이는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제고시키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수출금융 확대와 같은 간접 지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금전적 혜택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더 비싼 (원화) 가격으로 제품을 사와야 하는 수입업체가 부담한다. 따라서 환율 상승은 수출에 유인을 제공하고 수입을 억제시켜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반면 환율 상승으로 증가한 수입부담의 일부가 국내 가격에 전가되면서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분 경쟁국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하고 있어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면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부작용도 크지 않아야 한다. 통화가치가 비슷하게 하락한 국가로부터의 (원화) 수입가격이 크게 올라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의 부작용으로 언급되는 또 다른 측면은 자본 유출이다. 그러나 자본을 유출시키는 요인은 이미 발생한 환율 상승이 아니라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는 경제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상승해야 할 환율이 상승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현재와 같은 외부여건 변화(달러 강세, 교역조건 악화, 주변국 통화가치 약세)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여전히 달러당 1200원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상상해 보자. 국내 물가가 현재보다 안정될 수는 있었겠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환율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기대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그러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고자 하는 '투기'가 확산되면서 자본 유출이 심화되고, 외환위기 때와 같은 달러 유동성 부족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환율 상승은 외부여건 악화가 야기할 수 있었던 더 큰 어려움을 완충하는 긍정적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일 수도 있다.

연준의 긴축기조가 강화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그러나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우리 경제에서 원·달러 환율의 안정 그 자체가 통화정책의 우선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환율이 우리 통화정책에 작지 않은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여건 변화에 훨씬 더 크게 영향받고 있음도 분명하다. 통화정책은 환율 그 자체보다, 환율변동이 인플레이션, 경기, 무역수지 등 우리 거시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가늠해 가면서 결정돼야 할 것이다.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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