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1 (일)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옛 광주교도소 발굴 유골 1기, 5·18 행방불명자 DNA 일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법무부는 2019년 12월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 일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유골을 발견했다. 옛 광주교도소는 1980년 항쟁 당시 행방불명된 5·18 희생자 다수가 교도소에 암매장됐다는 증언이 나오는 곳이다. 사진은 발견된 유골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9년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무더기로 발굴된 유골 중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 된 사람의 유골이 포함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18 암매장 의혹과 행방불명자와의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골 중 1구 5·18 행불자 DNA 일치 확인



25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에 따르면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유골 262구 중 판독 가능한 160구 가운데 1구가 행방불명자 유전자(DNA)와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6월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된 262구의 유골 가운데 DNA 분석이 가능한 160구의 DNA 정보를 조사위에 이관하고 분석했다. 국과수는 이 DNA 정보로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DNA 정보와 대조했지만 일치하는 유골을 찾지 못했다.

중앙일보

2019년 12월 19일 옛 광주교도소 내 무연고 묘지에서 작업자들이 유골을 수습 중인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위는 국과수와 다른 DNA 조사 기법(SNP)으로 재조사에 착수해 지금까지 60여 구를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1구가 행방불명자 A씨와 DNA 정보가 99.9998% 확률로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2구도 행방불명자 유골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SNP 방식은 새로운 DNA 조사 방식으로 염기서열 추출을 더 많이 할 수 있어 사촌의 DNA까지 매치할 수 있지만, 아직 공인 받지 않은 방식으로 전해졌다.



2019년 유골 발견되면서 조사 본격화



옛 광주교도소에서 유골 조사 작업이 이뤄지게 된 것은 2019년 12월 19일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 40여 구가 발견되면서다.

법무부는 교도소 부지에 ‘솔로몬 로파크’를 조성하기로 하고, 무연고 묘지 이장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무연고 합장묘 1기에서 80여 구의 유골이 나왔다. 40여 구는 땅 속에 보관된 상자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40여 구는 콘크리트 구조물 위 흙더미에 섞여 발견됐다.

중앙일보

5·18 당시 암매장 장소로 꼽혀왔던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교도소는 기록상 합장묘에 있던 40여 구의 신원은 관리된 경우(41구)로 파악했고, 추가로 나온 40여 구는 신원 미상의 유골로 분류했다. 당시 ‘신원미상의 유골발굴’ 보고를 받은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당일 현지를 방문, “5·18과 관련이 있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어떤 연유로 유골이 묻히게 됐는지 확인하겠다”고 했다.

조사위는 A씨의 사망 원인은 물론 행방불명된 경위와 암매장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 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다음 달 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또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돼 DNA 검출 가능한 160구 가운데 검사를 하지 않은 120구의 유해에 대해서도 오는 11월 말까지 행방불명자와의 DNA 비교 검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편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묘지에서 처음 유골 더미가 발견될 당시에는 유골이 80여 구로 추정됐지만, 국과수가 분류 작업을 거쳐 262구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광주광역시 북구 옛 광주교도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옛 광주교도소는 계엄군들이 사망 민간인 암매장 장소로 지목했던 곳으로, 5·18 행방불명자와의 연관성이 주목돼 왔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당시 3공수여단이 주둔했던 곳이다.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의혹 제기됐던 곳



교도소 암매장 의혹은 5·18 당시 신군부의 기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1980년 5월 31일 ‘광주사태 진상 조사’ 문건에는 광주교도소에서 민간인 27명(보안대 자료 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 5·18 단체 등은 16~17명의 신원과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암매장 의혹을 제기해 왔다.

5·18 행방불명자 유골이 확인된 옛 광주교도소는 일제강점기인 1908년 광주감옥으로 개설됐다. 1912년 광주 동명동으로 이전해 시설을 유지하다가 1971년 7월 북구 문흥동으로 옮겼다. 1980년 5월 계엄군과 시민군 사이 총격전이 벌어져 5.18 사적지 22호로 지정된 옛 광주교도소는 2015년 10월 삼각동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40년 넘게 문흥동 자리를 지켰다.

삼각동으로 광주교도소가 이전되기 전까지는 보안·수용 시설이라는 특성상 발굴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후 진전을 맞게 됐다. 법무부는 2017년 11월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해 발굴사업을 할 수 있도록 승인했고 발굴 조사가 시작됐다.

광주=최경호 기자, 김정석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