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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英 트러스 내각, 파격 감세... 개인소득·주택세 50년만에 최대폭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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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 초점, 침체 벗어나야”

고소득자 최고세율 5%p나 낮춰

생애 첫 집 6억6000만원까지 면세

파운드화 급락, 37년만에 최저치

조선일보

트러스 총리와 재무장관 - 리즈 트러스(왼쪽) 영국 총리가 23일(현지 시각) 쿼지 콰텡 재무장관과 함께 런던 외곽 노스플리트에 있는 한 건설사를 방문하고 있다. 이날 영국 정부는 소득세 최고 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추고, 주택 취득세와 등록세를 크게 줄이는 등 2027년까지 450억파운드(약 70조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 조치를 통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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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파격적인 감세 정책을 내놓았다. 개인이 내는 소득세의 세율을 낮추고 부동산을 살 때 납부하는 취득세와 등록세의 면제 기준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법인세 인상 계획은 백지화했다. 영국 재정연구소(IFS)는 “이번 감세 정책은 지난 1972년 이후 반세기 만의 최대 규모”라고 했다. 영국 정부는 이 정책이 오는 2027년까지 총 450억파운드(약 70조원)의 감세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연 2.5%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은 23일(현지 시각) 하원에서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내년 4월부터 연소득 1만2571파운드(약 1942만원)~5만270파운드(약 7767만원) 사이에 적용되는 소득세 기본 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특히 연소득 15만파운드(약 2억3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45%에서 40%로 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걷어들인 소득세는 총 4459억파운드(약689조원)에 달했다.

주택을 살 때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 등 인지세도 크게 줄인다. 인지세를 내야 하는 부동산 최소 가격(인지 면제 기준액)을 기존 12만5000파운드(약 1억9000만원)에서 25만파운드(약 3억8000만원)로 두 배로 올렸다. 최초 주택 구매일 경우에는 이를 42만5000파운드(약 6억6000만원)로 더 올려준다. 지난 2020년 폐지한 면세 쇼핑도 부활키로 했다. 내수 소비를 대폭 진작하겠다는 취지다.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의 주도로 19%에서 25%로 올리려 했던 법인세 인상 계획은 아예 백지화했다. 기업 투자에 대한 추가 감세도 이뤄진다. 트러스 총리와 수낙 전 장관은 총리 경선에서 법인세 인상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트러스 총리는 “법인세를 낮게 유지해 투자를 촉진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콰텡 장관은 “높은 세율이 근로 의욕과 투자 동기를 약화시켜 영국의 국가 경쟁력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성장에 초점을 맞춘 새 경제 정책으로 침체의 악순환을 성장의 선순환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권은 비판적 입장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부족해진 세수를 어떻게 메꿀 것인지 대책이 없고, (부자에 대한) 감세 혜택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향후 6개월간 600억파운드(약 94조원)를 들여 민간의 에너지 요금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도 발표했다. 10월로 예정했던 최대 80%의 에너지 요금 인상 대신, 일반 가정의 에너지 요금 상한선을 기존 연간 1971파운드(약 304만원)에서 2500파운드(약 386만원)로 약 27% 정도만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 가정의 에너지 사용 방식에 따라 400~500파운드(약 62만~77만원)의 일회성 에너지 보조금을 지원한다.

금융시장은 불안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3.2% 급락해 1파운드당 1.09달러로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0.33%포인트 올라 2011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97% 하락한 7018.60으로 마감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은 “영국 정부가 줄어드는 세수를 메우기 위한 지출 삭감 계획을 함께 제시하지 않은 탓”이라고 해석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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