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령 내리니 전쟁 반대, '망명자'로 인정 못해"
반대 시위 격화… 토요일 하루에만 700여명 체포
다급해진 푸틴 "외국인, 1년 軍복무 하면 시민권"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동쪽 키네시마의 한 군부대 훈련소 앞에서 동원령에 따라 입대하는 남성이 가족과 포옹하고 있다. 키네시마=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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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울 병력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분 동원령을 내린 뒤 러시아 전역에서 병역 거부 움직임이 격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유럽 국가들은 징집을 피해 탈출하는 러시아 남성들이 늘자 국경을 통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푸틴은 관련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률, 그리고 외국인이 러시아군 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주는 제도 등을 잇따라 내놓았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에서 활동 중인 독립 인권단체를 인용해 이날 하루에만 러시아 전국 32개 도시에서 700명 이상이 동원령, 그리고 강제징집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를 금지한다. 이미 동원령 발표 직후 일어난 반대 시위로 1000명 넘는 인원이 구금된 상태라고 BBC는 전했다.
정부 통제를 받는 러시아 언론이 징병 기피 움직임에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서방 외신들은 시위 현장 취재나 짤막한 인터뷰 등을 통해 러시아 국민들의 성난 민심을 전하고 있다. 이들 보도에 의하면 모스크바에선 동원령 반대 시위에 나선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자 “우리는 대포의 먹잇감이 아니다”고 외쳤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남성은 서방 언론에 “푸틴을 위한 전쟁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밝혔다. 70세의 한 여성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전쟁에 반대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전선에 나가야 하는 현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러시아 서부 볼고그라드의 한 군부대 훈련소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동원령에 따라 입대한 남성들이 줄을 서서 군 간부에게 설명을 듣고 있다. 볼고그라드=타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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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는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인접국 핀란드는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러시아인들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에서 육로를 거쳐 핀란드로 가면 유럽연합(EU)의 다른 회원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인의 입국이 급격히 늘자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전날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핀란드로 오는 사람들 수를 확실히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병역 거부를 위해 러시아를 떠나는 이들을 ‘망명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냉소적 견해를 드러내는 국가도 많다. 역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가 대표적이다. 이 나라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처음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해 우크라이나 국민을 학살할 때에는 가만히 있던 사람들”이라며 “그때 항의하지 않았던 러시아인을 이제 와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자주포들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격을 퍼붓는 모습. 외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징병 반대 시위 도중 체포된 한 남성은 “우리는 대포의 먹잇감이 아니다”고 절규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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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다급해지자 푸틴은 관련자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입대 후 전투 행위를 거부하거나 탈영을 시도하는 이들을 최장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 가혹한 법률안에 서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와 동시에 병력 부족 해결을 위해 외국인 ‘용병’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내놓았다. BBC는 “푸틴이 러시아군에서 1년간 복무한 외국인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이는 통상 5년 이상 러시아에 거주한 외국인들한테 시민권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특혜”라고 소개했다. 이어 “러시아군의 병력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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