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외교부도 반대, 애당초 무리수 일정"
"아마추어 외교라인 교체해야" 쇄신론 대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욕=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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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초보자를 아무 가드 없이 집어 던졌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미국 순방에서 빚어진 여러 실책과 사고들로 '총체적 외교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외교라인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성과주의에 매몰돼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빈손 외교' 논란을 낳고, 결과적으로 국격을 실추시켰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외교부 내부도 반대한 정상회담, 왜 무리하게 추진했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미국 뉴욕의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열린 약식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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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한미·한일 정상 간 만남은 회담 추진부터 '예고된 참사'였다고 짚었다.
①유엔총회와 같은 다자회의 특성상 정상회담 시간을 길게 빼기도 어렵고, 막상 만난다 하더라도 ②미국과 일본 국내 정치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원하는 외교 성과를 단번에 얻어낼 수 없는 여건이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외교부 내부에서도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번에는 일본을 만나도 미국을 만나도 그 짧은 시간에 얻어낼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성과라고 하긴 힘들 걸 예상한 외교부 내부에서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엔이 3년 만에 대면 회의로 처음 하니까 그게 참여하는 것 정도에 의의를 두는 게 맞았다. 외교가에서는 이번에 정식 회담을 받아냈더라면 대단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애당초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무리한 일정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톤'은 달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순방 계획을 설명하며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호언장담했었다.
성과 매몰→과장된 예고→무리수가 빚은 '외교 참사'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피켓이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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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은 왜 이렇게 무리를 했던 걸까.
김 교수는 "제 추측이지만, 자꾸 (해외를) 나가는 것에 대해 (국민들 앞에) 면구스러우니까, 성과 없는데 왜 나가냐는 이야기를 뒤집기 위해서 지나치게 무리해서 예상을 하고 기대를 줬던 거 아닌가 싶다. 진짜 아마추어"라고 직격했다.
과장된 예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무리수는 결과적으로 '굴욕 외교', '저자세 외교' 논란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그야말로 '외교 초보자를 아무 가드 없이 집어던졌다' 그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따지고 보면 윤 대통령의 '비속어 막말'도 외교 참모들이 밀어붙인 무리수 여파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참모들 입장에선 '이번에 안 만나면 큰일 난다. 어떻게든 몇 초라도, 몇 분이라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을 테고, 윤 대통령 입장에선 참모들 말을 듣고 만나러 갔는데 계속 뒤에서 기다리다 겨우 악수하고 돌아서는 상황이 된 거다. 결국 '참모들이 시켜서 이렇게 됐는데, 내가 모양이 빠졌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것.
김 교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디스하고, 국회의원을 디스해야 본인이 반대로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그런 비속어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후속 대응도 문제 "변명 아닌 사과했어야"... 외교라인 전면교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순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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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의 후속 대응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청와대 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대통령실과 정부의 태도가 문제다. 변명을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 너무 구질구질한 것 같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는 깔끔하게 사과하는 것 이외에는 도리가 없다"며 외교안보라인의 전면적인 쇄신을 주문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지원 전 의원 역시 대통령의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해서라도 외교라인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외교부, 대통령실 의전 관계자, 그리고 김태효 1차장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서 해임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나머지, 지금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이 두 번 다 해외 순방을 해서 이렇게 '똥볼'을 찬다고 하면 되겠냐"고 지적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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