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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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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훼손됐다” EU, 헝가리에 75억유로 기금 지급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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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요하네스 한 예산 담당 EU 집행위원이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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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회원국인 헝가리에 대해 반부패 개혁 조치가 이루어질 때까지 75억유로(약 10조4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라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헝가리 정부가 법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EU 예산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EU가 회원국의 법치 위반 등을 문제 삼아 기금 지급 보류 등 실질적인 제재까지 동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조치는 EU 회원국들이 법치주의 등 기본적인 민주적 가치를 위반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2020년 헝가리·폴란드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들고 인권 문제 등으로 EU와 갈등을 빚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요하네스 한 EU 예산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 조달 분야 부정 의혹, 이해충돌 방지 관련 문제, 반부패 기구 관련 이슈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헝가리가 앞서 약속했던 17가지 개혁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집행위 제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EU 이사회에 있다. 이사회는 향후 3개월간 사안을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헝가리는 의회가 다음 주에 공공조달 투명성 결여와 관련된 EU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일련의 법안에 대해 투표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EU와의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티보르 나브라크식스 헝가리 개발부 장관도 EU 자금의 손실을 막기 위해 오는 11월19일까지 EU의 우려를 해소할 조치를 모두 이행하겠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EU의 공동 행보에 엇박자를 내는 헝가리를 길들이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2010년 재집권한 이래로 사법 독립 침해, 반이민 정책, 성 소수자 차별 등 여러 문제로 EU와 계속 마찰을 빚어왔다. 예컨대 그는 헌법을 바꿔 정부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해임할 수 있게 했으며, ‘균형을 잃거나 도덕적이지 않은’ 언론엔 벌금을 물리는 미디어법을 만들며 언론 탄압을 자행했다. 이에 유럽의회는 2018년 헝가리 정부의 법치 준수 여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전 대응에서 EU와 대치되는 행보를 보였다. 헝가리는 EU 차원의 대러시아 제재 등에 반대하며 사실상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헝가리를 “유럽 납세자를 희생시켜 EU의 붕괴를 노리는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하며 EU의 자금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5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헝가리를 “선거독재 혼종체제”라고 규탄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해당 보고서엔 헝가리에서 선거는 치러지지만, 민주적 규범과 기준이 결여돼 있으며 헝가리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담겼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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