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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싫다는데 바라봤을 뿐이에요'…스토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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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싫어하는 행위로, 불안·공포를 유발하면 스토킹

이걸 반복하면 가해자 의도와 무관하게 범죄 해당

"피해자 의사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범죄는 성립"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헤어진 여자 친구의 결혼식장에 대규모 화환을 보내고 플래카드를 걸어 축하한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할까. 매일 같은 장소에서 그를 바라만 본 행위도 스토킹일까. 상대가 싫어하는 행위로 불안과 공포를 반복해서 심어주면 의도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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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의 지난 16일 모습.(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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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하려면 크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하게’ 행위를 해서 , ‘피해자가 불안 혹은 공포심을 느끼면 성사’하고 이게 ‘반복되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

상대방이 재차 거부하는데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A씨는 피해자의 졸업식에 화환 여러 개를 보내고 졸업식장 주변에 현수막을 걸은 혐의로 입건됐다. 딴에는 축하라고 생각했지만, 내용은 공포스러웠다. 피해자와 결혼할 상대방의 사진을 현수막에 프린트해서 ‘응원한다’고 돼 있었다.

수십 차례에 걸친 일방적인 꽃배달과 구애 편지 보내기가 이런 오해에서 비롯하는 흔한 스토킹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장소가 피해자의 집이든 어디든 상관없다. 스토킹 처벌법은 ‘직장에서 지켜보는 행위’도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본다. 여기서 가해자가 의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피해자 입장에서 의사에 반하면 스토킹이다.

고명수 고려대 로스쿨 연구교수는 올해 3월 ‘스토킹 행위·스토킹 범죄 구성요건 연구’ 보고서에서 “애정표현과 스토킹의 차이는 ‘행위가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라며 “상대방의 의사는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뿐 아니라 묵시적인 것까지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피해자 불안과 공포는 주관적인 영역이라 정확히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늘 인정받기란 어렵다. 예컨대 극단적으로 남성을 기피하는 여성이 데이트 신청을 받고서 불안을 호소한 사례다. 법학계에서는 이를 스토킹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개인이 받은 불안은 극심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과도하기 때문이다.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서 곧장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범죄가 되려면 행위가 반복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반복에 정해진 횟수는 없다. 대신 스토킹 행위의 경중과 기간, 횟수를 고려해서 판단한다. 다만 반복은 한 가지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컨대 편지, 전화, 문자, 방문 등이 각각 한 차례 이뤄지더라도 큰 틀에서는 `스토킹 행위의 반복`으로 본다.

인천지법이 올해 4월 연락을 받지 않는 여성을 열흘 넘게 찾아가 기다리고 한 달여 동안 60차례 넘게 전화를 건 남성의 스토킹 행위를 유죄로 인정한 게 사례다.

스토킹 범죄는 이성 간에만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특기할 사안이다. 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게’를 요건으로 두지 그 상대방의 성별을 정하지는 않는다. 대구지법은 올해 5월 B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 대표(남성)와 동료(여성)를 스토킹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들을 상대로 금전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많게는 100회 가까이 메시지를 보낸 게 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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