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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걸그룹인데 '19금'만 3곡…과감해진 블랙핑크 첫날 100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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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본 핑크' 발매 첫날 밀리언셀러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 오를까 관심

중앙일보

16일 정규 2집 '본 핑크'를 발매한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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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가 K팝 신기록 수집에 나섰다. 16일 발매된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는 하루 만에 101만장(한터차트 기준)이 팔려나가면서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K팝 걸그룹이 발매 첫날 100만장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11월 발매된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으로 걸그룹 최초 밀리언셀러(124만장) 기록을 보유하게 된 이들은 2집 선주문량만 200만장을 넘기며 일찌감치 더블 밀리언셀러를 예고했다. 웬만한 보이그룹 못지않은 화력을 과시하면서 같은 날 발매된 NCT 정규 4집 ‘질주’와 함께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빌보드 200’ 1위에 오른 K팝 그룹은 방탄소년단ㆍ슈퍼엠ㆍ스트레이 키즈로 모두 보이그룹이다. 블랙핑크는 전작 ‘디 앨범’으로 2위를 기록했다.



“간판 내리고 문 잠가” 넘치는 자신감



지난달 선공개된 ‘핑크 베놈(Pink Venom)’을 포함해 총 8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대놓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타이틀곡 ‘셧다운(Shut Down)’은 가사의 80%가 영어고, ‘더 해피스트 걸(The Happiest Girl)’ 등 수록곡 중 절반이 영어곡이다. ‘셧다운’은 이탈리아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해 클래식한 힙합 비트를 더했다. 후렴구 “간판 내리고 문 잠가 shut down”을 비롯해 “컴백이 아냐 떠난 적 없으니까” “게임이 아냐 진 적이 없으니까” 등 자신감이 돋보인다. 제니는 “그동안 블랙핑크가 꾸준히 선보여온 카리스마를 다음 단계로 가져간 곡이다. 클래식과 힙합의 조화가 인상적이고 새로우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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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핑크' 포스터. 멤버별로 각기 다른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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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신감은 앨범 구성에서도 드러났다. 2018년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 인터스코프 레코드와 계약 이후 두아 리파,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즈, 카디 비 등 다양한 영미권 여성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팬층을 넓혀왔다면, 이번 앨범은 피처링 아티스트 없이 오롯이 블랙핑크의 목소리로만 채웠다. 게다가 ‘타이파 걸(Typa Girl)’ ‘하드 투 러브(Hard to Love)’ ‘탈리(Tally)’ 등 3곡은 ‘19금’이다. 힙합 가수들이 비속어 섞인 노랫말이나 선정적인 표현으로 19금 판정을 받는 일은 종종 있지만, 걸그룹으로는 이례적이다. ‘탈리’는 아예 “I say fuck it when I feel it(나는 욕하고 싶을 때 그냥 해)”로 시작할 정도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종전 최고 기록인 13위(‘아이스크림’)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나는 욕하고 싶을 때 해” 19금만 3곡



한층 ‘다크해진’ 블랙핑크의 행보에 국내외 반응도 다소 엇갈린다. 지난달 ‘핑크 베놈’이 K팝 그룹 최초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셧다운’으로 2연속 정상을 차지했지만,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 등에서는 뉴진스의 ‘어텐션’과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 등에 밀려 2위를 기록 중이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블랙핑크를 필두로 걸그룹도 보이그룹처럼 팬덤 비즈니스로 가고 있다”며 “예전처럼 대중성을 담보한 곡보다는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곡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핑크 베놈’이 특정 브랜드(셀린느)를 언급한 가사로 KBS에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받아 ‘뮤직뱅크’에서 제외됐지만, 신곡 ‘셧다운’에도 람보르기니가 등장하는 등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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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 참석한 블랙핑크. [사진 VMA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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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팬덤 베이스를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랙핑크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8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 세계 아티스트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태국 출신인 리사가 동남아에서 인기를 견인하면서 가장 조회 수가 높은 국가는 태국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한국ㆍ베트남 순이다. 공공장소에서 커버댄스를 선보이는 ‘K팝 인 퍼블릭 챌린지’가 꾸준히 유행하면서 안무 영상의 조회 수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하우 유 라이크 댓’은 댄스 퍼포먼스 비디오 조회 수(12억회)가 뮤직비디오(11억)보다 높을 정도다.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는 영상이 이미지 중심의 뮤직비디오보다 전체 안무나 동선 변형 등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베스트 K팝상 리사 존재감 돋보여”



멤버별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독보적이다. 822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리사를 필두로 제니(7000만), 지수(6420만), 로제(6300만) 등 K팝 아티스트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각 셀린느ㆍ샤넬ㆍ디올ㆍ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 앰배서더로도 활약 중이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리사가 솔로곡 ‘라리사(LALISA)’로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베스트 K팝’ 부문을 수상하는 등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메인 래퍼인 리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음악도 한층 묵직해졌다”고 짚었다. “호주에서 자란 로제나 뉴질랜드에서 유학한 제니 등 멤버 대부분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기 때문에 언어적 장벽이 없을뿐더러 개개인이 패션 아이콘이자 셀러브리티 느낌이 강한 것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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