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부유국이 백신 싹쓸이…'수년째 발병' 아프리카는 주문 0건
재고 부족에 가격 비싸…비상사태 선포하고도 '미적' WHO 비판도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 |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의 부유국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재까지 원숭이두창 발병이 공식 보고된 국가는 100개국을 넘었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백신과 증세 호전을 위한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확진 사례의 약 10%를 차지하는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인구당 확진 사례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페루는 물론, 이미 수년 전부터 확진 사례가 보고된 중앙 및 남부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원숭이두창 감염 진단을 위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역량조차 부족해 정확한 확진자 수도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원숭이두창은 '전용 백신'이 없어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는 기존의 3세대 두창 백신 '진네오스'가 접종이 가장 쉽고 부작용이 적은 일종의 대안 백신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진네오스 제조사인 덴마크 바바리안 노르딕사(社)가 당초 보유하고 있던 1천600만 도즈 가운데 대부분인 1천500만 도즈는 미국이 이미 재고로 비축했거나 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라고 NYT는 전했다.
나머지 100만 도즈도 원숭이두창 발병 보고가 본격화한 지난 5월께부터 역시 캐나다, 호주를 비롯해 유럽 각국 등이 발 빠르게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재까지 아프리카 지역 국가 중 진네오스 백신을 구매하거나 주문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진네오스 임상 실험을 진행한 곳이 아프리카 콩고였음에도, 정작 현지 의료진 등이 접종할 백신 물량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다.
비싼 백신 가격도 저소득 국가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미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은 진네오스 백신을 싹쓸이한 미국을 비롯한 고소득 국가들이 도즈당 110달러에 구매를 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폴 채플린 바바리안 노르딕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두창 백신은 모든 시장에서 단일 가격으로 판매되며, 대량 구매 시에만 일부 할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치료제로 활용되는 천연두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테코비리마트'도 마찬가지다.
테코비리마트 개발사인 미 뉴욕에 본사를 둔 시가테크놀로지는 정확한 가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4월 캐나다는 환자 1명이 치료하는 데 필요한 복용 물량당 920달러에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7월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이후 진단검사와 치료제, 백신 공급 등 대응에 신속히 나서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코로나19 사태 당시 백신과 치료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기관 '프렙포올'(PrEP4All) 창립자인 제임스 크렐렌스타인은 NYT에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에도 불구하고 WHO의 지침이 명확하지 않다"며 "(원숭이두창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에 대한 아무런 지침 없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건 신중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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