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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에 힌남노까지 할퀴었다…추석 상차림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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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6일 대전시 유성구 노은농수산도매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배추와 무, 파 등 각종 채소를 구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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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이 추석을 목전에 두고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작황 부진 등으로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태풍 힌남노까지 남부 지방을 할퀴고 지나가며 큰 피해를 냈기 때문이다. 추석 상차림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6일 기준 무 소매가격은 1개당 평균 3734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78.9% 올랐다. 풋고추 100g 소매가도 1년 새 74.4% 뛴 2030원을 기록했다. 배추(70.7%)와 시금치(69.1%) 등도 가격이 크게 뛰었다. 전년 대비 가격이 오르지 않은 농산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예전 같으면 채소 두 개 살 돈으로 하나만 살 수 있는 경우가 흔해졌다.

최근 한 달 새 가격이 크게 치솟은 농산물도 많았다. 애호박 1개당 소매가는 6일 기준 2842원으로, 한 달 전 가격 1433원보다 98.3% 올랐다. 풋고추(72.2%), 시금치(44.8%), 깻잎(34.7%) 등도 크게 비싸졌다. 이달 들어서도 며칠 새 가격이 더 오른 품목이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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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 통계상으로도 농산물발(發) 물가 압박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7%로 다소 둔화했지만, 먹거리 물가는 달랐다. 1년 전보다 8.4% 오르면서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특히 농산물 물가 상승 폭은 10.4%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농산물 중에서도 채소류(27.9%)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여기엔 기상 여건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장마 전까지는 최악의 가뭄이 이어졌고, 한여름엔 잦은 빗방울 속에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풋고추(-25~-7%)와 오이(-11~-8%), 애호박(-10%), 파프리카(-17%) 등의 9월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다. 센터는 "올해산 고추 작황이 고온과 잦은 비로 부진했고, 오이와 애호박도 잦은 비와 일조시간 감소, 해충이나 병·바이러스 피해 증가 등으로 출하량이 줄었다"라고 밝혔다.

예년보다 이른 추석이라 사과 같은 제수용 과일 출하량도 넉넉지 않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9월 사과 출하량이 홍로 조기 출하, 탄저병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어들면서 가격도 오를 거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사과(홍로) 소매가는 6일 기준 2만8450원(10개)으로 1년 전보다 10.2%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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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서 태풍 '힌남노'가 떠나간 뒤 모습을 드러낸 푸른 하늘 아래 흙탕물에 침수된 농경지, 주택 등 상흔이 대비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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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둔 6일 영남 지역을 관통한 태풍 힌남노의 여파도 만만치 않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잠정 집계한 결과 침수ㆍ낙과를 비롯한 농작물 피해 면적만 3815㏊(헥타르)에 달한다. 경북이 2308㏊로 가장 넓고 경남, 전남, 제주, 전북 등도 피해를 입었다. 수확을 앞둔 이들 농가에선 부득이하게 과일이나 채소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1~2일 서울 제수용품 가격을 조사했더니 차례상 비용이 32만3268원(4인 기준)으로, 지난달 18~19일 조사(31만8097원) 때보다 1.6% 올랐다고 이날 밝혔다. aT는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이 평균 31만7142원으로 지난해보다 6.5% 늘었다고 발표했다.

최근 치솟은 농산물 가격에 태풍 변수까지 반영되면 실제 비용은 더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2일 비상경제차관회의를 통해 "전년 대비 가격이 높은 배추·무·양파·마늘·감자 등에 대해 추석 직전까지 4000t 규모의 정부 비축 물량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차림 부담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추석 이후엔 수요 감소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채소 수급 불안정 등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농산물 물가가 흔들리면 외식 등 다른 부문으로의 영향이 불가피하다. 달러 대비 원화 값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환율도 수입 식품 물가 등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먹거리 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석이 포함된 9월 물가는 채소 가격이 얼마만큼 오르느냐에 달려 있다. 태풍에 따른 피해와 정부의 비축 물량 투입에 따른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국내선 채소 가격, 국외에선 석유·가스 가격이 향후 소비자 물가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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