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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900원 애호박이 3천원"…추석 차례상 덮친 고물가에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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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가짓수 줄이고 '떨이 상품' 사고…상인들 "장사 안 돼 주문 줄여"

연합뉴스

영등포시장의 청과물 가게에서 선물용 과일을 포장하고 있는 상인들. [촬영 설하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홍규빈 설하은 기자 = "얼마 전만 해도 하나에 900원 하던 애호박이 지금은 3천원이 넘어요. 작년보다 차례 지내는 데 돈이 배는 더 들게 생겼어요."

추석을 앞두고 채소·과일 등 식품 물가가 폭등하면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상차림 비용은 평균 31만7천142원으로 작년보다 6.5% 증가했다고 조사됐지만, 7일 서울의 마트와 전통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체감 물가는 훨씬 더 올랐다"고 했다.

이날 오전 마포구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신현숙(57)씨는 1.7L짜리 간장을 보여주며 "저번 추석엔 6천원도 안 했던 건데, 오늘은 9천 원에 샀다"며 "전을 부치려면 최소 달걀도 두 판은 필요한데 달걀값으로만 2만원은 쓰게 생겼다"고 말했다.

33년째 차례를 지내고 있다는 주부 김모(60)씨는 "원래도 명절에는 물가가 오르기 마련이지만, 올해처럼 물건을 집을 때마다 놀라보긴 처음"이라며 "차례상에 올릴 만한 사과나 배는 한 개에 5천 원이 넘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형마트보다 상차림 비용이 저렴하다는 전통시장에서도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가 무섭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영등포시장의 한 청과물 가게에서 과일을 살펴보다 발길을 돌린 한 시민은 "1천원이면 피망을 3개 샀는데, 오늘은 3천원에 2개를 샀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장을 보던 주부 황영숙(67)씨는 "가격이 올랐으면 질이 최소한 그대로여야 하는데, 오히려 질은 떨어지고 양은 줄었다"고 했다.

연합뉴스

광장시장에서 쪽파를 다듬고 있는 채소가게 사장님 [촬영 홍규빈]


차례상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온·오프라인에서 '떨이 상품'을 사거나, 아예 차례를 건너뛰기도 했다.

결혼 2년 차 직장인 허모(32)씨는 "과일은 사과, 배, 감 딱 3가지만 올리고 생선도 3가지에서 1가지로 줄이기로 했다"며 "채소나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추석 연휴 하루 전에 대형마트가 깜짝 세일할 때 사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제사를 안 하게 돼 처분한다"며 제사용품을 판매한다는 글이 2주간 20여 개 올라왔다.

선물용으로 들어온 과일 선물 세트를 재판매한다는 글도 2∼3분에 한 번꼴로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게시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평균 거래 가격은 3만∼4만 원으로, 마트나 시장에서 판매하는 새 상품보다 저렴한 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인들은 '대목'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손님이 더 줄지는 않을까 우려가 앞서는 듯했다.

광장시장에서 50년간 떡집을 한 오모(81)씨는 "물건을 많이 떼다 놔도 어차피 안 팔릴 것 같아 이번 추석에는 발주량을 3분의 1로 줄였다"며 "떡도 재료비가 많이 올라서 재고가 생기면 큰일 난다"고 손을 내저었다.

영등포시장의 과일가게 사장 이옥주(63)씨도 "작년 추석보다 사람들이 덜 와서, 물량을 작년 대비 30% 적게 주문했다"며 "그나마 좀 나가는 배, 사과, 샤인머스캣 위주로 진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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