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쟁 ‘게임체인저’ 급부상한 드론
우크라, 튀르키예·미국産 드론으로 초반 열세 극복
러 탱크부대 곤경 빠뜨리고 후방 교란 작전 투입
中 민간드론 침범에 대만軍 격추 대응...긴장 고조
日, 무인무기 조기도입 천명...전투드론 본격 개발
한국은 ‘스텔스 드론’ 로드맵 구체화 신기술 박차
이스라엘·佛·獨·英 등도 개발·생산에 속도전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에 위치한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에 우크라이나군 소속 무인기(드론)가 공격을 감행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유튜브 ‘The Telegraph’ 캡처] |
미 육군과 해병대, 특수부대가 도입해 실전에도 활용 중인 자폭형 무인기(드론) ‘스위치 블레이드’ 운용 모습. 미국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수백대 규모의 스위치 블레이드를 제공했다. [에어로바이런먼트 홈페이지] |
드론(UAV·무인항공기) 활용 능력과 기술에서 뒤쳐지는 국가는 더 이상 현대전에서 승리할 수 없는 시대다. ‘슈퍼파워’로 물리는 국가일지라도 드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원하는 군사적 성과를 거둘 수 없고, 약소국이라 할지라도 드론 활용 능력만으로 자신을 침략한 초강대국에게 굴욕감을 안겨주며 효과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때가 온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될 수 있고, 전면전 양상에서도 전세를 뒤바꿀 수 있는 현대전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대만 해협 등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지역들에선 병력 간의 충돌 이전에 드론전(戰)이 벌어지는 것 또한 이젠 일상적인 모습이 됐다.
드론의 위력을 체감한 세계 각국은 미래 전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생산·실전 배치 물량을 늘리고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이 비행장에서 자국군 소속 ‘바이락타르 TB2’ 공격용 무인기(드론)을 옮기고 있다. [AFP] |
▶우크라 초반 열세 극복에 드론 큰 역할=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각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드론들의 시험 무대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개전 초반 ‘세계 2위’ 군사 대국인 러시아의 탱크 부대에 속절없이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로 튀르키예제(製) 드론 ‘바이락타르 TB2’였다. 탱크의 약점인 상단을 정확히 공략한 바이락타르 TB2 드론을 가리켜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큰 명성을 얻은 무기”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미국이 제공한 각종 드론도 수적 열세에 놓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른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수백대 규모로 제공한 ‘스위치 블레이드’와 ‘피닉스 고스트’ 등 자폭 드론은 고가의 러시아군 탱크·장갑차를 격파하고, 탄약고와 식량창고 등 후방 주요 보급선을 효과적으로 교란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됐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주요 방산업체들이 우크라이나에 자신들이 개발한 최신형 드론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실전을 통해 전자전 전력 강화에 나서려는 방산업체들과 무기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실제 전투 조건에서 많은 무기가 테스트되는 시험장”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역시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에 대해 뒤늦게 인지하고 서둘러 전력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개발 경쟁에서 뒤처져 변변한 공격용 드론조차 없는 상황 속에, 미국과 적대 관계인 이란으로부터 공격용 드론을 수입해 빈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수송기가 이란제 최정예 드론 ‘모하제르-6’와 ‘샤헤드-129’, ‘샤헤드-191’ 등 기종을 싣고 이란을 떠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0월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국경절 열병식에서 공개된 GJ-11 스텔스 무인공격기(드론)의 모습. [SCMP] |
▶中, 드론 활용해 대만 영공 ‘회색 지대’화=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떠오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에도 이미 드론을 활용한 힘겨루기는 진행형이다.
대만이 주장하는 ‘영공’의 개념을 흐리고, 더 나아가 ‘회색 지대’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담긴 행동으로 풀이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드론 논란에 “중국 영토를 비행하는 중국 드론은 소란을 일으킬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만 역시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자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드론을 향해 실탄 경고 사격을 가했고, 1일에는 퇴거 명령에 불응하는 중국 드론을 격추했다. 이 모든 일이 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것이다.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실제 발생했을 경우 즉시 전력으로 투입할 수 있는 드론 개발에 양국은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 쓰촨(四川)성 공기동력연구발전센터 연구팀은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을 통해 “80만번의 시뮬레이션 학습을 거쳐 전투 드론이 대부분 상황에서 인간이 조종하는 J-10 전투기에 승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고도화된 공격용 드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완젠탄 미사일 등을 장착하고 4500㎞까지 비행할 수 있는 대형 무인기인 ‘텅윈-2형’(MU1812)을 개발하고 시범 비행을 마쳤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유사시 중국 내륙 지방까지 날아가 정찰 및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실전 배치된 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대만제 박격포 드론 ‘리볼버 860’도 중국의 침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무기로 꼽힌다.
▶日, 드론 무기체계 조기 도입 방침...韓, 스텔스 드론 개발 박차=세계 주요국들도 드론을 미래 전장에서 승패를 가르는 중요 전력이란 판단에 따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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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사상 최초로 60조원대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방위비에 UAV를 비롯해 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V)·무인차량(UGV) 등 다양한 무인 무기체계를 조기에 도입해 운용한다는 방침을 포함했다. 일본 방위성은 “무인 자산은 혁신적인 ‘게임 체인저’인 동시에 인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공중, 수상, 수중 등에서 비대칭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일본 방위성은 2023회계연도 방위예산 자료에 소형 공격용 UAV 이미지를 게시하면서 ‘전투용 무인기 등 연구’를 신규 사업으로 제시했다. 공격형 드론의 개발·양산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엔 스텔스 드론 개발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을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 개발’ 과제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며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개발이 완료되면 유인기 1대가 드론 3~4대와 편대를 이뤄 유인기를 지원·호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중동 최대 드론 수출국이자 가장 많은 군사용 드론을 운용하는 이스라엘 역시 개발·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 이슬라믹 지하드(PIJ)’와 무력 충돌 과정에 공격용 드론을 동원했단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실제 군사작전에서 공격용 무인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또 어떤 성과를 냈는지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프랑스, 독일, 영국 등도 공동 또는 단독으로 공격용·스텔스 드론 개발에 전념 중이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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