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부산사업장 내 MLCC 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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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로 생활가전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체 MLCC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다만 서버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고성능 MLCC 수요는 탄탄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고성능 MLCC 시장을 공략 중인 삼성전기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MLCC 평균 거래가격은 전 분기와 비교해 3~6% 하락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생활가전, TV 등에 사용하는 소비자용 MLCC 가격이 5~10% 내렸다. 소비자용 MLCC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일부 저가형 MLCC는 재료비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간 상태다.
MLCC 재고도 올해 2분기 정점에 육박했다. MLCC 업체들은 그동안 50~60일 수준의 재고를 유지했는데, 올해 2분기 평균 재고는 90일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대만 정보기술(IT) 매체 디지타임스는 지난달 30일 “중국 코로나19 재봉쇄, 전자제품 수요 감소로 전체 MLCC 재고가 올해 2분기 급격하게 늘어났다”라며 “일본 무라타를 포함해 선두 업체들의 재고는 90일 이상으로 확대된 상태다”라고 했다. 세트(완성품) 업체들이 MLCC 재고 수준을 높이면서 전체 MLCC 시장 성장이 둔화된 것이다.
자동차 ADAS에서 사용되는 MLCC.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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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고성능 컴퓨팅 솔루션, 서버, 네트워크 장비, 산업 자동화 솔루션, 에너지 저장장치용 MLCC 수요는 매년 20~30%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MLCC 수요가 매년 30~40% 증가하면서 전체 MLCC 수요를 이끌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JW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체 MLCC 수요의 64.2%는 생활가전이 차지했고, 전기차는 13.5%에 그쳤다.
그런데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오는 2025년 전기차용 MLCC 수요 비중은 2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3000~5000개의 MLCC를 사용하는 생활가전과 달리 전기차는 1대당 1만8000~2만개의 MLCC가 탑재된다. 제조사들이 전기차용 MLCC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삼성전기가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가 서버와 자동차용 고성능 MLCC 시장이다. 삼성전기는 늘어나는 고성능 MLCC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재 내재화와 저전력·고용량 MLCC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파워트레인, ABS(제동장치)에 사용하는 다양한 전장용 MLCC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초미립 재료와 차세대 설비를 바탕으로 수명과 안정성, 내전압(전압에 의해 손상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최고의 전압) 성능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기가 개발에 성공한 5G 기지국용 MLCC 모습. /삼성전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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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지난해 취임 이후 MLCC 무게 중심은 고성능 MLCC 개발로 더욱 기울어졌다. 장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전기차·자율주행 시장 확대로 전장 제품이 삼성전기의 미래 성장 축이 될 것이다”라며 “차세대 IT용 MLCC와 함께 전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디지타임스가 지난달 31일 “MLCC 시장의 구조적 변화의 최대 승자는 한국 삼성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다.
MLCC 제조는 일본 무라타, TDK, 삼성전기 등 일본과 한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이 전 세계 MLCC 수요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MLCC 내재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최대 MLCC 업체인 풍화고과(风华高科)와 삼환그룹(三环集团), 우양과기(宇阳科技) 등은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계약을 맺고 MLCC 공급을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중국 MLCC 제조사가 유리한 상황에 놓이겠지만 MLCC 기술에서는 여전히 일본과 한국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라며 “안전이 중요한 전기차용 MLCC 시장의 경우 일본과 한국의 지배력을 깨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했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Multi-Layer Ceramic Capacitor)
전자제품에 탑재돼 전기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준다. 고성능 반도체에 들어오는 노이즈를 줄여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폰이나 냉장고 등 모든 전자제품의 메인 기판 위에 좁쌀처럼 박혀 있다. MLCC의 크기는 가로 1.0㎜·세로 0.5㎜(1005), 가로 0.6㎜·세로 0.3㎜(0603) 등 다양하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탑재되는 제품은 작은 크기가 중요하다. 전기를 한 번에 얼마나 많이 저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제품 성능이 결정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005크기 MLCC에 세계 최초로 27uF(마이크로패럿)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윤진우 기자(jiin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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