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악의 고리' 성착취 여전…'n번방 방지법'에도 반복 이유는?

[앵커]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성 착취물 유포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죠 확인된 피해자 6명 모두 미성년자입니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조주빈 일당의 'n번방'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는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지, 차순우 기자가 그 이유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리포트]
2년 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 미성년자를 협박해 만든 성 착취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유포하며, 돈까지 받아 챙겼습니다.

악랄한 범죄를 이어가던 주범 조주빈은 징역 4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조주빈 (지난 2020년 3월)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불과 2년 반 만에 또다시 성 착취물 유포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범행 방식은 더 대담하고 교묘해졌습니다.

용의자 '엘'은 자신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이라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대화방으로 유인해 성 착취물을 요구했습니다.

'엘'이 이렇게 만든 영상은 350여 개. 확인된 피해자 6명 모두 미성년자였습니다.

조진경 / 10대 여성인권센터 대표
"(범죄를 저지르는데)훨씬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일단 대항력이 없는 거예요."

국회는 지난 2020년 'N번방 사건'을 근절하겠다며,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을 확인하는 즉시, 이를 삭제하도록 하는 법안인데, 문제는 범행 창구가 된 '텔레그램' 대화방은 익명 채팅방이 아닌 '사적 대화방'으로 분류돼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텔레그램은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두고 있어 수사 협조도 받기 어렵습니다.

경찰 관계자
"텔레그램이 (본사가) 어디에 있는 지 자체를 모르니까…"

성범죄를 예방할 성교육 역시 제자리걸음입니다. 초·중·고등학교 성교육 이수 시간은 연간 15시간에 불과하고, 교육 세부 내용은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현숙 / 탁틴내일 청소년성폭력 상담소장
"범죄자들은 (디지털)기술에 능수능란해서 아이들에게 접근해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대응하는 것은 많이 부족한…"

그 사이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된 10대 피해자는 불과 3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미성년자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방지법'에 기댄 채,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뉴스 7 포커스였습니다.

차순우 기자(oakenshiel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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