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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로켓배송 비밀은 AI물류센터…3시간 걸리던 포장 1시간에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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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물류기술 ◆

매일경제

쿠팡의 `자율주행로봇(A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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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경험을 바꾸기 위해서는 쇼핑 전체의 경험을 새로 디자인해야 합니다. 첫 분수령은 기술을 바탕으로 유통망 자체를 혁신하는 것이었습니다."(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2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해 3월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신청서에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혁신하겠다"고 공언했다. 고객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시작한 주문부터, 물건이 집 앞에 배송되는 때까지의 하나의 사이클을 제어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주문, 분류, 배송 등 전통의 유통 메커니즘 위에 4차 산업혁명 중심의 테크를 접목하겠다는 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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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2014년 시작한 익일배송 인프라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첫 번째 단추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었다. 관련 특허도 냈다.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운송 시간 및 배송 수수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고 배치 시스템에 대한 특허'라는 제목이었다. 도서·산간 등 전국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주문 다음 날이면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배송 모델 안착을 고민했다. 이런 모델은 이제 다른 유통 물류회사들에도 확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발 물류혁명이 전체로 퍼지고 있는 셈이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이커머스의 본질에 대해 "지속적인 외부 투자 없이도 확보한 네트워크만으로 저절로 돌아가는 플라이휠(flywheel)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쿠팡은 일단은 큰 비용에 적자가 커지더라도, 유통망 네트워크의 새판을 짜보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먼저 쿠팡은 1000만 개 이상의 상품 품목을 직매입해 전국 30개 지역, 100여 곳 이상의 풀필먼트센터(FC) 등 인프라에 재고로 보관했다. 이때 재고는 쿠팡의 머신러닝이 수년 동안 쌓아온 고객들의 주문 데이터에 기반해 예측된다. 계절 등 날씨, 지역별 특징, 연령·성별 등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주문할 물건의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재고는 최종 고객과 가까운 인근 물류 거점에 배치해 전국의 쿠팡 풀필먼트센터에 나눠 보관한다.

이어 AI를 통해 물류센터에 입고된 상품이 진열되는 장소와 진열된 상품을 꺼내는 효율적인 동선을 작업자에게 전달하도록 한다.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최대한 빨리 출고하기 위한 최적의 길 찾기다. 쿠팡 직원들이 매일 누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적게 걸으면서도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동선이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이때 직원들은 개인별로 별도 지급된 PDA를 통해 동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직원들이 주문된 물건을 박스에 넣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는 '자율주행로봇(AGV)'도 한몫한다. 로봇은 바닥에 부착된 바코드를 읽어 움직이며, 수십 개의 선반 중 주문한 상품이 담겨진 선반을 포장 및 송장을 붙이기 위한 작업대까지 옮겨준다. 로봇 이동 시에는 몸체에 장착된 장애물 감지 센서가 다른 로봇과의 충돌을 막는다.

쿠팡 관계자는 "자율주행로봇 덕에 작업자가 3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1시간으로 줄어든다"며 "작업대에 선반이 도착하면 천장에 부착된 블루라이트가 필요한 물건이 놓인 위치를 비춰 물건을 빠르게 골라낼 수 있다. 물건 찾는 시간을 한 번 더 줄인다"고 강조했다.

물건을 포장할 때는 '자동포장기(오토배거)'의 덕을 본다. 물건을 포장백에 일일이 담는 것이 아닌, 기계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포장백 안으로 물건을 간단히 넣어주기만 하면 포장이 완료된다.

쿠팡FC 직원 A씨는 "일일이 물건을 포장백에 넣어 담고, 송장까지 붙이는 일을 직접 하면 최소 5분은 걸렸는데, 오토배거 덕에 시간이 10분의 1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쿠팡 AI는 상품의 크기에 맞춘 포장재를 선택하도록 돕고, 포장이 없어도 되는 상품은 포장이 필요 없다고 지정해주기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상품 분류 과정의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오토소터'도 도입돼 있다. 통상 일반적인 분류 시스템은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진 상품을 작업자가 송장에 적힌 주소별로 하나하나 분류해야 했다.

하지만 오토소터는 매일 최대 10만개의 상품을 지역에 따라 자동 분류해낸다. 쿠팡은 이 같은 물류센터 직원의 작업 동선 최적화 등 자동화 설비와 기술에 2020년에만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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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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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풀필먼트센터 AI는 출고된 상품을 어떤 쿠팡카(배송 트럭)의 어느 자리에 놓을지도 미리 지정한다. 물건을 집까지 배송하는 배송기사인 쿠팡친구는 '로켓배송 앱(RDA)'이 설치된 스마트폰이나 PDA를 이용해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 RDA는 상품을 가까운 배송지끼리 색깔별로 묶어준다. 상품을 차에 실을 때는 배송지 그룹별로 1~5의 숫자가 지정되고, 번호에 따라 지도상에 색깔이 표시된다.

배송지를 누르면 주문 고객의 정보와 물품 개수, 송장 번호, 포장 종류와 크기 등이 화면 위에 고스란히 뜬다. 쿠팡친구 B씨는 "화면만 보면 내가 한 번에 몇 개 가구에 몇 개 물품을 배송할 수 있을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쿠팡은 물류 자동화 등 기술 투자에만 지난 2년간 1조2500억원을 투자했다.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낮추고, 물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게 목표였다. 쿠팡은 2024년까지 광주, 대전 등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 추가 건립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 올 2분기 적자 규모를 1000억원 미만으로 줄이며 호실적을 낸 것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3일 걸리던 배송 7시간으로…400만건 명절배송도 거뜬

배 두번 타는 섬도 익일배송

로켓배송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도서 지역은 제주도 동쪽 끝에 접하는 섬인 '우도', 제주시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추자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섬 '비양도',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가덕도' 등이 있다.

이곳들은 태풍이나 물때 등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 모두 정상 배송된다. 산간 지역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금암리는 로드뷰(거리 실사)조차 없고 차량 진입이 열악한 곳인데도 로켓배송이 된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화산리에 위치한 마근마을도 반경 5㎞ 이내 버스정류장과 다른 마을이 없을 정도의 시골 지역이지만 서비스가 된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포항에서 배로 15분 떨어진 우도는 다른 제주도 내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로켓배송권이다. 쿠팡은 2020년부터 제주도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제주 시내뿐 아니라 부속 도서인 우도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제주도 우도에 사는 A씨가 장마철에 대비해 집 수리를 계획하고 합판을 주문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쿠팡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주문 즉시 합판이 있는 물류센터를 찾아낸 뒤, 물건이 제주로 가는 배송 차량에 실리도록 한다. 상품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제주행 배를 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경기도 동탄 물류센터에서 보유 중이던 합판을 실은 트럭은 곧바로 경상남도 삼천포항으로 출발한다.

이때 트럭은 쿠팡이 보유한 데이터로 언제나 빠른 승선이 가능하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라스트마일팀에서 1년 치 모든 항구와 배편의 일정을 확인해 스케줄을 짠다"며 "배송 예정 시각을 지키기 위해 트럭이 꽉 차지 않더라도 시간이 되면 트럭이 배에 곧바로 실린다"고 말했다.

배에서 내린 트럭은 곧바로 항구에서 배송 캠프로 향한다. 쿠팡 측은 "일반 택배사들은 제주도 입도 후 화물터미널과 각 지역 대리점을 거친 후 최종 목적지로 배송하지만, 쿠팡에서는 배송 캠프만 거친 뒤 바로 고객에게 배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송 캠프에 트럭이 도착하고 나면 상품을 내려 소분 작업이 시작된다. 분류 작업이 끝난 물건은 우도행 쿠팡카에 실려 제주 성산읍의 성산포항으로 출발한다.

쿠팡 배송기사인 쿠팡친구 정민성 씨는 "여름철 성수기 등 물량이 아주 많은 날에는 쿠팡카 2대가 입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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