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타나 조지 이코노무 컬렉션 디렉터.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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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서울 북한산 기슭에 자리잡은 천년고찰 진관사. 캐롤라인 부르주아 '피노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 스위스 하우저앤워스의 일라인 곽 아시아 디렉터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미술계 인사 20여명이 조용히 두 손을 모아 합장한 후 사찰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을 반긴 선우스님은 "고려 8대 현종이 가장 풍수 좋은 곳에 이 절을 지었다. 뒤로는 북한산 응봉, 앞에 계곡이 흐르는 배산임수 터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가길 바란다. 고려에 이어 조선 왕실도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기도했던 곳이다"고 소개했다.
대웅전을 지나 멈춘 칠성각은 일장기로 만든 태극기가 발견된 곳이다. 일장기 바탕 위에 태극과 4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해 항일(抗日) 의지를 강렬하게 담고 있다. 2009년 5월 칠성각 해체 복원 불사 중 1919년 발행된 독립신문 등 20점과 함께 발견됐으며 지난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선우스님은 "태극 문양은 음(陰·파랑)과 양(陽·빨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 만물이 음양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세계 미술계 주요 인사들이 혜주스님을 따라 걷기 명상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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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상설관 컬렉션으로 유명한 그리스의 '조지 이코노무 컬렉션' 디렉터인 스칼렛 스마타나는 "지금 한국이 이렇게 빛나는 이유가 바로 미래를 바라본 태극기에 담긴 의미 덕분인 것 같다"고 감탄했다.
혜주스님은 외국 손님들의 명상을 이끌었다. 사찰에서 계곡으로 이어진 길에서 그는 "침묵과 함께 천천히 걸으면서 한걸음 한걸음이 연꽃을 피운다고 생각하자. 진관사 전체를 연꽃 정원으로 만들어보자"고 안내했다.
온전하게 이 순간에 머물면서 자연을 즐기는 시간을 가진 곽 디렉터는 "마음을 깨끗히 씻는 다리를 의미하는 세심교(洗心橋)를 건너면서 마음의 휴식을 얻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현희 매일경제신문 이사장의 초청을 받아 진관사를 방문한 외국 손님들은 스님들이 정성껏 준비한 사찰음식으로 발우공양을 하며 한국 사찰 문화 체험을 마무리했다.
2013년부터 한국 단색화를 연구하고 주요 작품들을 구입한 스마타나 디렉터는 "굉장히 연약한 종이나 부러지기 쉬운 재료로 강력한 힘을 표현하는게 한국 미술의 매력"이라며 "3차례나 방한하면서 박서보 1969년 '묘법'부터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윤형근 작품까지 두루 수집했다"고 말했다. 부드럽고 인자한 스님들이 지키는 사찰이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거점이 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아테네 출신 억만장자 사업가인 조지 이코노무 컬렉션은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안젤름 키퍼, 게오르그 바젤리츠 대표작을 비롯해 한국 단색화 주요작들을 소장하고 있다. 스마타나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이 열리면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미술 시장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오랜 문화예술과 교육의 힘이 축적돼 지금 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롤라인 부르주아 피노 컬렉션 수석 큐레이터.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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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리 연작으로 유명한 김수자 작품을 꾸준히 소장해온 피노 컬렉션의 부르주아 수석 큐레이터는 "지금 역동적인 한국이 아시아 미술 시장 중심이 되고 있다"며 "김수자 등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미술계 인사들의 네트워크 힘도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노 컬렉션은 구찌와 입생로랑, 알렉산더 맥퀸, 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그룹인 케링그룹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의 문화예술 자산을 보유한 법인이다. 베니스 3곳, 파리 1곳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미술사 주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부르주아 수석 큐레이터는 피노컬렉션 소장 원칙에 대해 "일단 오랜 기간 작가를 지켜본 후 소장을 결정하면 그 작가의 주요 작품을 오랜 기간에 걸쳐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하우저앤워스의 일라인 곽 아시아 디렉터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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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지금이 한국 시장에 중요한 시점"이라며 "그동안 중국 시장에 가려져 있었는데 이제 아시아에 한국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이치뱅크 큐레이터 매리 핀드레이. [박형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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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작품을 소장한 도이치뱅크 큐레이터 매리 핀드레이는 "한국 미술 작품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 서울에 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날인 1일부터 2일까지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 현대미술 기획사 '숨 프로젝트'가 개최하는 '아트 토크 2022'를 통해 세계 미술계 주요 흐름을 심도있게 토론한다.
이지윤 숨프로젝트 대표는 "프리즈 서울(2~5일 코엑스) 등 아트페어에 가면 주요 미술 인사 강의를 VIP 부스에서 소수의 사람들만 듣게 되는데 젊은 컬렉터들이 미술 유통 시스템을 좀 더 투명하게 알고 글로벌 시장 정보를 얻는 공공 강의를 기획하게 됐다. 미술계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같이 듣고 나누기 위해 유튜브에서 생중계한다"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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