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관광객들이 핀란드로 들어서는 누이야마 검문소에서 여권을 검사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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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의 하나로 모든 러시아 국적자 대상 관광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방안을 두고 유럽 국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러시아 접경국들은 비자 금지에 적극 찬성하는 반면 독일·프랑스 등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유럽 국가들은 30~3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유럽연합(EU)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한다. EU 차원의 러시아 관광비자 제한 조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부 회원국들이 극단적인 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U 순회의장국인 체코를 비롯해 폴란드,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러시아 국적자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 전면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30일 워싱턴포스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인종청소 수준의 전쟁을 멈춰야만 한다는 메시지를 러시아 국민에게 전달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특권이 박탈되고 복지가 영향을 받을 때 사고방식을 바꾼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 같은 제한 조치에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이 확인한 양국 공동성명에는 “EU 일부 회원국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특히나 미래 세대를 위해 러시아 관광객들의 EU 방문을 중단시켜서는 안된다”면서 “러시아 정부와 관련이 없는 러시아인들의 EU 방문을 계속해서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프랑스 정부는 서방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반감만 높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부의 반서방 여론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며 관광비자 전면 금지 조치에 반대해왔다.
독일 외교안보 싱크탱크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의 마리 뒤물랭 국장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러시아 인구 중 3분의 1 정도만 여행을 하며 이들마저도 대부분 EU 회원국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아 규제 효과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비자 제한 조치로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러시아인들의 탈출 경로가 축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본부 건물 전경.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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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차원 규제에는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한 만큼 이번 회의에서 러시아 관광비자 발급 전면 금지가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절충안으로 2007년 러시아와 맺은 EU 비자 촉진 협정 중단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인들이 비자 발급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도록 하고, 비용도 현재 35유로(약 4만7000원)에서 2배 이상인 80유로를 지불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도 28일 오스트리아 ORF TV와 인터뷰에서 비자 발급 방식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선별적 금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EU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말 이후 러시아 정부 인사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비자 촉진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논의의 상당 부분은 최대 90일까지만 체류를 허용하는 단기 비자 허용 조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EU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해당 비자의 발급 건수는 400만건이 넘는다.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체결 국가들은 러시아의 인권 운동가들과 반체제 인사들의 입국을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일부 회원국들이 극단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도 있다. 앞서 이달 초 에스토니아는 EU 국가 중 처음으로 이전에 발급한 관광비자를 소지한 러시아인 5만명의 입국을 막았고, 라트비아는 러시아 여행객들에게 기존 비자로 입국하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는 성명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핀란드는 오는 1일부터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건수를 90% 줄이기로 했다. 특히 핀란드는 최근 러시아 관광객들의 유럽국 진입 경로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자국 행정력만 낭비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러시아인 관광비자 발급 전면 금지 조치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바로 다른 유럽국으로 가는 하늘길이 막히자 많은 러시아 관광객들이 다른 솅겐조약 가입국에서 발급받은 비자를 통해 육상으로 핀란드에 들어온 뒤, 항공편을 이용해 관광지로 들어가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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