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천연가스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북해의 발홀 유전.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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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 19.6%(전 거래일 대비)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7.1% 하락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9월물) 가격은 이날 오전, 전장보다 3% 이상 하락한 메가와트시(MWh)당 260~270유로에서 거래됐다. 지난 26일 해당 선물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339유로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 같은 천연가스 가격 급락은 러시아가 독일·프랑스 등에 한시적으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등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에 고강도 압박을 가하는 중에 나왔다. 가디언은 “EU가 에너지 가격에 직접 개입한다고 언급한 뒤, 연일 고공행진 중이던 유럽의 가스 가격이 드물게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9일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블레드 전략포럼 연설에서 “집행위가 현재 유럽 에너지 시장에 대한 비상 개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급등하는 전기료는 우리의 전력 시장에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면서 “이는 집행위가 전력 시장에 대한 비상 개입과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U의 비상 개입 방안은 치솟는 가스 가격과 전기료의 분리, 가스 가격 상한제 추진 등 크게 두 가지다. 전쟁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EU 회원국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지난해 10월 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 등은 “단기적인 전기료 급등에 대한 최선의 대응은 취약 계층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라며 EU의 에너지 시장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유럽 에너지 시장에 대한 EU의 비상 개입에 대해 언급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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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벨기에의 경제 싱크탱크 브뤼겔에 따르면, EU 국가는 지난 1년간 전기료 급등에 따른 피해 보상을 위해 2800억 유로(약 377조원)를 썼다.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는 가스와 전력 시장을 디커플링하는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다.
독일은 그동안 반대해왔던 가스 가격 상한제에 대해 한발 물러섰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에너지 장관은 다른 EU 회원국의 에너지 장관에게 ‘유럽 차원의 가스 가격 상한제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EU 집행위는 다음달 9일 EU 에너지 장관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 개입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논의한다.
온라인 에너지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이날 유럽 국가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스 비축량을 확보한 것도 가스 가격 하락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가스인프라스트럭처유럽(GIE)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의 평균 가스 저장 수준은 현재 70% 수준이며, 이는 지난 5년간 평균 비축량보다 많다. 유럽의 최대 가스 소비국인 독일은 현재 가스 저장 용량의 75%를 비축했고, 10월 말까지 85%를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오일프라이스닷컴은 “유럽이 가스 저장고를 채우기 위해 치른 대가도 막대하다”면서 “비축량 확보를 위해 예년보다 500억 유로(약 67조원)를 더 썼고, 이는 과거 평균 금액의 10배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독일 남부 도시에 위치한 천연가스 저장시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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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탠다드차타드PLC의 분석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천연 가스 무기화도 유럽이 가스 저장고를 다 채우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유럽은 러시아 가스 없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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