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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고금리에 소비 위축… 사상 첫 5개월 연속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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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판매, 3월부터 감소세 지속
사실상 소비인 음식·숙박점 생산은 호조
금리 추가 인상 시 소비 위축 가능성도
한국일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7월 산업활동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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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오프라인·온라인 상점에서 얼마나 소비했는지 측정하는 소매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다만 경기 불황 시기에 고개를 드는 소비 침체가 본격 시작했다고 보긴 섣부르다. 음식·숙박점업처럼 서비스업 생산에 속하지만 사실상 소비라고 볼 수 있는 산업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줄었다. 1995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소매판매는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겪지 못한 5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소매판매 중에선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1.9% 늘었으나 화장품 등 비내구재,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는 각각 1.1%, 0.8% 줄었다. 비내구재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면세 화장품 소비 위축, 내구재는 가전제품 소비 감소로 부진했다.

기획재정부, 통계청은 소매판매 부진만을 놓고 소비가 쪼그라들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소비자가 재화 구입엔 돈을 덜 쓰는 대신 외식, 여행 등엔 지출을 많이 하고 있어서다. 실제 소매판매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질적인 소비 지표인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은 △5월 4.6% △6월 2.3% △7월 4.4%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큰 타격을 받았던 숙박 및 음식점업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모두 풀린 4월 말 전후로 회복, 휴가철을 맞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카드 승인액 확대도 정부가 아직 소비는 괜찮다고 보는 배경이다. 1년 전과 비교한 카드 승인액은 7월에 15.5% 뛰는 등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최근 경기 여건을 보면 전반적인 소비 역시 후퇴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한국은행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예고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소비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 마음이 있는지 가늠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부정적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0.4포인트 떨어진 86.0으로 2020년 9월(80.9) 이후 처음으로 9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소비 심리는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소매판매와 함께 전산업생산,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각각 0.1%, 3.2% 떨어지면서 3대 산업 지표는 3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나타냈다. 전산업생산과 설비투자 부진은 반도체 생산 위축,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 감소 영향이 컸다.

기재부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성장 둔화, 금리 인상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경기 대응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전방위적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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