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법 감정에 부합할 수 있으나 책임·형벌 비례에 어긋나"
헌법재판소 |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술에 취한 상태로 배를 모는 행위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인 일명 '바다 위의 윤창호법'은 '윤창호법'과 마찬가지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해사안전법 104조의2 제2항 중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한 운항자' 부분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술에 취한 상태로 두 차례 이상 배를 운항한 사람을 2∼5년의 징역형이나 2천만∼5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한다.
2019년 2월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의 음주 운항으로 발생한 부산 광안대교 충돌사고를 계기로 2020년 해사안전법이 개정되면서 해당 조항이 마련됐고, 자동차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과 구조가 흡사해 '바다 위의 윤창호법'으로 불렸다.
이미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는 해사안전법상 가중처벌 조항 역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어긋난 과도한 법정형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음주 운항 재범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과거의 위반 행위가 상당히 오래전에 이뤄져 그 이후 행해진 음주 운항 금지 규정 위반 행위를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범죄 예방과 법질서 수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복적인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의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xi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