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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인 관광객 입국 비자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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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내일 외무장관들 회의

“침략국 국민 유럽 관광은 부적절”

폴란드 등 5국은 이미 비자 중단

육로로 핀란드 입국 후 흩어져

7월 핀란드 방문 러시아인 관광객

23만명으로 한달새 2배로 급증

조선일보

러시아·에스토니아 국경 - 지난 18일(현지 시각) 러시아 북서부 레닌그라드주(州) 이반고르드에 있는 에스토니아와 국경 지대에서 짐을 든 사람들이 세관 검사소로 향하고 있다. 이날 에스토니아 당국은 러시아 관광객에 대해 이미 비자를 발급받은 경우에도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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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입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놓고 유럽연합(EU) 차원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러시아 정·관계 인사나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 등을 상대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적은 있지만 러시아의 불특정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제재를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도입된 지금까지 제재와는 달리 러시아 국민을 정조준, 이번 침공의 불법성을 러시아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 시각) “EU 외무장관들이 30일부터 이틀간 체코 프라하에 모여 역내로 유입되는 러시아 관광객을 줄이기 위해 EU·러시아 간 관광 비자 협정 중단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고위 관료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우리의 도시를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리는 러시아 국민에게 ‘이 전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러시아 관광객에게 훨씬 더 많은 입국 서류를 요구해 비용과 시간상으로 비자를 받기 어렵게 만드는 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런 비자 발급 제한이 실행될 경우, 러시아 국민에게 실질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 관광지로 향하는 러시아인들의 ‘보복 관광’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파괴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인들은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유럽 항공편 대부분이 운항 중단된 상황에서 핀란드까지 육로로 일단 간 뒤 헬싱키 반타 공항 등에서 유럽 각지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반타 공항 주차장이 러시아 번호판을 단 고급차로 가득 찼다”며 “핀란드가 러시아 여행객의 ‘경유국’이 되면서 수많은 러시아 차량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핀란드를 방문한 러시아 관광객은 23만명 이상으로 전월의 12만5000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러시아 관광객들은 또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등 발트해 연안 국가로 들어가 유럽 대륙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EU를 여행하는 러시아인의 30%는 발트해 국가를 경유한다”고 밝혔다.

EU가 중단을 추진하는 협정은 지난 2007년 EU와 러시아가 체결한 ‘특별 비자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러시아 관광객은 한 번 비자를 받으면 EU 회원국 어디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EU는 회원국 간 별도 검문·검색 없이 국경을 제약 없이 넘나드는 솅겐조약을 체결해 놓고 있는데, 러시아 관광객들도 이 조약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FT는 “러시아 여행객들은 이제 솅겐조약국을 자유롭게 오가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관광 비자 제한은 그동안 점점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체코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이미 러시아 관광객에게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18일부터 이미 발급된 비자도 취소했고 라트비아도 지난 1일부터 러시아인 입국을 막고 있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도 현재 러시아인의 관광 비자 발급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는 “EU 차원에서 강력한 비자 제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인은 그들의 철학을 바꿀 때까지 자신들의 세계에서만 살아야 한다”며 서방에 러시아인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강경파 국가들은 인도적 이유, 난민 등을 제외한 전면적 국경 봉쇄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는 EU 차원의 조치가 없더라도 자체 행동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핀란드는 지난 16일 “러시아에서 하루 1000건의 비자 신청을 받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는 하루 처리 건수를 500건으로 줄이고 그중 100건만 관광객에게 할당할 계획”이라고 했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관광객이 많이 오는 몇몇 나라끼리 지역적 차원의 협정을 맺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등 일부 국가는 수위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솅겐조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솅겐비자뉴스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푸틴의 행동 때문에 무고한 러시아인이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친러 행보를 보이는 헝가리나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관광 비자 발급 제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EU가 회원국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처음엔 낮은 수준의 제한을 도입한 뒤, 올 연말쯤 강경한 대책을 내놓는 단계적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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