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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영끌 했는데 금리·물가 다 올라서…코로나 아니어도 ‘긴축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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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직장인 최기석(41·서울 목동)씨의 추석 명절 연휴는 여느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예정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한강생태공원을 가고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하루 묵을 계획을 세웠다.

최씨는 “대출을 끼고 주식·부동산 등을 샀는데 금리 인상으로 자산이 다 하락한 데다 물가까지 올라 명절이라고 멀리 이동하기가 부담스럽다”며 “집 근처에서 가족과 소소하게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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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내달 2일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6.3%를 웃돌 지 관심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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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0일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3년 만에 사적 모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선언했지만 이번엔 치솟는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물가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최근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대한 명절 행사를 간소화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한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건 단출해진 먹거리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1만8045원으로 지난해 대비 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 유통업체의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차례상 장보기’ 무서워…간편식 대체



대신 명절 간편식은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올해와 지난해 추석 한 달~2주일 전 명절용 가정간편식 판매량을 비교해 보니 산적·전류와 양념육·떡류 등 30여 종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났다. 이 회사가 지난 23일 진행한 라이브방송에서도 동그랑땡·떡갈비·너비아니·메밀전병 등으로 구성한 ‘명절 한상차림 세트’가 90분 만에 1000개 모두 판매됐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치솟는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합리적인 가격에 재료 준비와 조리의 번거로움이 없는 간편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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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판매량이 늘고 있는 '올반 소불고기'와 '올반 동그랑땡'. 사진 신세계푸드



편의점 업계 역시 집에서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이른바 ‘혼추족’들을 겨냥해 비빔밥·모둠전·떡갈비 등 명절 음식을 넣은 도시락과 잡채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GS25의 경우 매년 귀성 인파가 크게 줄면서 지난해 추석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195% 급증했다.



짧은 추석, 고향 대신 집이나 나들이



여기에 올 추석 연휴는 주말을 낀 나흘에 불과해 고향과 친지를 방문하는 대신 집에서 연휴를 보내거나 가벼운 나들이나 짧은 여행으로 갈음하는 수요가 늘어났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G마켓에 따르면 지난 21~27일 집에서 영상을 즐기는 빔프로젝터는 지난해 추석 2주 전에 비해 70%, 음악을 감상하는 홈시어터는 43%나 판매가 늘었다. 가정용 노래방 기기와 게임용 PC도 각각 60%와 29% 더 팔려 집에서 휴식하며 여가를 보내는 데 쓰이는 품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파티 테이블 용품(310%), 양식기(42%), 와인용품(34%)을 비롯해 폭립(185%), 피자(120%), 감자튀김(105%) 등 ‘홈파티’ 관련 판매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과 한과·유과, 제수용품 판매는 지난해 대비 모두 20~30%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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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G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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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상품도 해외여행 대신 놀이공원 등 테마파크 이용권 판매가 지난해 추석 대비 44% 늘고 텐트 등 캠핑용품(37%), 물놀이용품(310%) 등이 많이 팔렸다.

다양한 부대시설로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이 찾는 인천의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경우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객실 예약률이 80%를 넘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올해는 추석이 열흘 정도 이르게 오고, 연휴 기간도 짧아 여름휴가 후속 정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휴가철뿐 아니라 명절 연휴에 작은 가족 단위로 호텔을 찾는 고객들이 매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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