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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에너지·비료·농산물에 환율이 불 붙인 물가…향후 변수도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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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5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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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서 나타난 인플레이션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수입물가 상승'이었다. 특히 에너지·비료·농산물 수입 가격 급등 속에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이 불을 붙인 것으로 분석됐다. 남은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완화할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수입물가가 물가 안정의 변수로 계속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수입물가 상승이 주도하는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cost push inflation)으로 분류됐다. 국내 수입물가 상승률은 6월 기준 33%를 넘었다. 수입물가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도 73~8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으로 겪는 공통 현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본격화됐다. 하지만 물가 상승의 세부 내용은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한국은 에너지와 함께 농산물 등 식품 관련 가격 상승이 뚜렷했다. 6월 수입물가 기준으로 비료·농약은 전년 동월 대비 91.4%, 석탄·원유·가스는 86.7%, 작물은 37.8% 각각 올랐다. 반면 자동차(0.3%), 일반 기계(10.3%) 등은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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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입물가 고공행진 뒤엔 품목별 국제가격 인상뿐 아니라 원화 값 하락이 강하게 작용했다. 상반기 수입물가 상승 폭의 3분의 1 이상(36.7%)이 환율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6월만 따로 떼면 환율 영향은 절반 가까이(48.5%)로 더 올라간다. 서울 외환시장의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꾸준히 추락하면서 달러당 1330원대까지 밀려난 상태다.

특히 국내 물가 변동은 에너지 가격에 가장 민감했다. 전체 수입 품목 평균과 비교해 수입 에너지 가격의 생산자물가 영향은 약 1.5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와 수입 에너지 가격도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집약적 산업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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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큰 돌발 변수가 없다면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정세를 찾고 있는 국제유가, 긴축 정책에 따른 세계 경기 후퇴 전망, 지난해 통계 기저효과 등을 고려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도 물가 정점을 9~10월쯤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들어 "물가 오름세가 늦어도 10월엔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락세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껏 국내 인플레이션을 끌어온 수입물가가 또다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훌쩍 넘긴 중동 두바이유가 최근 90달러대를 유지하는 등 국제 유가는 내림세다. 하지만 낮은 원화가치와 맞물린 에너지 수입액 급증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입 통계에서도 원유(54.1%), 가스(80.4%), 석탄(143.4%) 등의 수입이 뛰면서 전체 수입액 증가 폭(22.1%)이 확대되는 걸 주도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가는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가스·석탄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난방에 쓸 액화천연가스(LNG)의 국제 수요가 늘어나는데 국내에 미리 가스나 석탄을 비축해두기도 쉽지 않다"면서 "북반구가 추워지는 11월 이후 에너지 가격이 뛰면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른 추석을 앞두고 농산물, 가공식품 등 먹거리 물가도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상반기 크게 올랐던 밀·옥수수·대두 같은 국제 곡물가도 국내 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강(强)달러로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원화 값도 꾸준한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 요인이 수입 식품 물가를 더 밀어 올리는 모양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입물가 변동이 중요할 때는 전통적 금융 정책과 함께 환율 관리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독과점적 시장 등에 따른 일부 품목의 과도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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