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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고층빌딩으로 망가진 베이징… 서울은 절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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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가 기 소르망

제 13회 문화소통포럼

중앙일보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은 "코로나 이후 소통 방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비대면 공간에서의 만남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줌(ZOOM)은 절대 인간적 접촉을 대체할 수 없다. 마스크 끼고, 줌 화면으로 만난 여러분과 내가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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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완전히 망가졌다, 서울은 그에 비하면 아직 절반 정도다.”

25일 열린 제13회 문화소통포럼(CCF)에 화상으로 참여한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78)은 “도시의 풍경이 고층 빌딩 위주로 변해가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재앙적 현상”이라며 베이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베이징은 과거를 부수고, 중국 문화와 아무 관계 없는 외국 건축가들을 불러서 도시에 높은 오브제를 세웠다”며 “베이징은 완전히 망가졌다. 캐릭터는 없고 높기만 한 컬렉션”이라고 혹평했다.



"이상한 슬로건 말고, 도시·박물관·음식이 문화"



CCF는 해마다 문화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화가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다.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2010년 시작했다. 올해 기조 발표를 맡은 기 소르망은 경제·정치철학·사회 분야에 해박한 학자로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을 맡기도 해 한국과 접점이 많다.

1986년 한국을 처음 찾았다는 기 소르망은 “큰 빌딩은 편리하긴 하나 서울의 다층적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한다. 서울은 중국에 비하면 아직 완전히 망가진 건 아니다"라며 "한 나라의 문화적 가치는 거대한 건물이나 '다이나믹 코리아'같은 이상한 슬로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도시, 박물관, 예술, 사람, 음식에서 나온다"고 했다.



"건물은 별로더라도, 청와대는 과도기 한국 시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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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진행된 패션지 보그 코리아의 화보를 놓고 청와대 사용에 관한 논란이 커지자, 국회 문체위는 25일 전체회의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에게 이 사안을 질의하기도 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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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포럼의 주제는 '공간과 문화 소통'. 개개인의 삶의 방식은 물론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도시 공간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조성할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지만 최근 활용 방안을 두고 관심이 쏠린 청와대에 대한 토론이 가장 뜨거웠다.

기 소르망은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간 건 좋은 결정이라고 본다. 모든 민주주의 정부는 도시의 한가운데에 있었다"며 "과거의 청와대는 잊어야 한다. 중국식 건물을 복제한 스타일이고, 문화공간으로 쓰든 달리 어떻게 쓰든 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청와대라는 장소가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 국내에서 한국적 색채가 가미된 건축을 선보이는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DPJ 파트너스 아키텍처 대표는 "청와대 건물 자체의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산업혁명 시기 정권의 집무실을 공장에 차린 적도 있다"며 "청와대 건물은 완전히 민주적이지 않았던, 과도기의 한국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라고 말했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청와대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인식하는 특징적인 장소"라며 "옛 시청 건물, 광화문 등 역사적 건축물과 관련된 과거 논쟁이 지금은 해결됐듯 한국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청와대가 객관적으로 엄청나게 훌륭한 건물은 아니지만 과거의 시대 상황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라며 "포스트 모던 기류를 따르려던 당대의 태도를 반영하는 점만으로도 완성도를 떠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청와대 영빈관은 서울 광진구의 어린이회관처럼 건물 기본 형태는 동양적이지만 서양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를 쓴 데다 서양의 고대 신전과 비슷한 기둥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보다 늦게 지어진 청와대 본관은 오히려 전통 건축을 더 많이 반영했고, 상춘재는 완벽하게 전통 건축의 형태를 따랐다. 유 교수는 "세 건물에는 전통 건축 요소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며 "현대적인 여민관·경호대 건물 등을 포함해 시대 상황과 건축 목적이 제각각인 건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어 의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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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DPJ 대표는 "청와대 건물은 너무 오래돼서 이전하는 건 이해하지만, 지금의 용산 집무실은 너무 밋밋하고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의 의미를 나타내는 장소를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지금 국방부 청사 건물도 시민들과 소통이 용이한 구조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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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권력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유현준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선 국방부 건물 역시 시민들과 접점이 크지 않다"며 "2층 이하 건물로 위압적이지 않게 마련하면서도 보안에 문제가 없는 한 시민들과 접점 많은 공간이면 좋겠다"고 했다. 다비드 DPJ 대표는 "지금의 용산 집무실은 너무 밋밋하다. 한국의 역사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며 "한국적 의미를 드러내는 장소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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