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회 연속 인상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인상 결정했다. 네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진은 25일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현수막. 2022.8.25 mj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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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최근 저축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고 깜짝 놀랐다. 생활비와 가게 운영 자금으로 1500만원을 대출받으려 했더니 9%가 넘는 금리를 제시해서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해 92만원을 갚고 있어 부담이 컸다. 직원에게 밀린 월급을 주려 지난해 6월 13.1% 금리로 카드론(장기카드대출)으로 빌린 1000만원은 1년 만에 간신히 갚았다.
2018년 편의점을 연 뒤 이 씨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금액은 1억원에 이른다. 4년 만에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됐다. 신용점수는 600점대로 추락했고, 1금융권에선 더는 대출이 어렵다. 이씨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 대신 가족이 교대근무로 일한다”며 “버티고 있지만 빚은 계속 늘어나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와 치솟는 대출 금리에 빚을 내서 버티던 자영업자는 물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택을 마련한 차주(대출자)들이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대출금리는 고공행진 중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개된 8월 기준 17개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연 5.05%다. 1년 전(연 3.71%)보다 1.34%포인트 뛰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6% 선을 다시 뚫었다. 25일 기준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코픽스 기준) 평균은 연 4.70~5.84%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지난해 8월(연 2.62~4.19%) 대비 1년 사이 최고 2.08%포인트 올랐다. 일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연 6.2%까지 올랐다.
시장에선 올해 두 차례 남은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리면 연말엔 일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상단 금리가 7%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담대 고정금리(연 4.48~5.61%)의 상단이 변동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도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고정형 주담대 상품은 은행이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떠안기 때문에 가산금리 등을 더 붙여 변동형 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변동금리의 지표가 되는 코픽스가 급등하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최근 6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16일 발표한 7월 수치는 2.9%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0.52%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2010년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발표한 이래 가장 큰 오름폭이다.
이는 그나마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소폭 낮춘 게 반영된 결과다. 지난 22일부터 은행별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공시가 시작되면서 ‘이자장사’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내리고,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4일 고정형 주담대 0.2%포인트, 변동형 주담대 0.1%포인트, 전세자금대출 0.2%포인트, 신용대출 최대 0.5%포인트를 인하했다. KB국민은행은 25일부터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무리하게 빚내 집을 산 영끌족의 이자 부담도 커졌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하면 1인당 이자 부담은 연간 16만1000원씩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1년간 기준금리 2%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8000원에 이른다.
여기에 최근 주택시장 위축 조짐에 불안감은 배로 커지고 있다. 자칫 집을 제값에 팔지 못하고 매달 불어난 이자만 갚아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어서다. 2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값 추이는 22일 기준 1주 전보다 0.14% 떨어졌다. 2012년 7월 2주차 이후 10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5개 구 전역에서 하락하며 지난주보다 평균 0.11% 내렸다.
금리 인상기 ‘빚내서 빚을 돌려막는’ 다중채무자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이들이 빚을 못 갚고 연체가 발생하면 부실화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자 중 22.4%가 다중채무자다. 집계가 시작한 2012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부실 위험이 있는 차주를 금융당국이 핀셋 관리해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제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차주의 경우 소득 상황에 맞게 대환대출을 설계해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등 맞춤형 지원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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