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이례적으로 빠르게 서명해"
조 바이든(왼쪽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사용한 펜을 조 맨친(왼쪽 첫 번째) 상원의원에게 건네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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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지역에서 제작ㆍ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외교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대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 정부 당국에 계속해 우려를 전달하고 방한한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의 면담에서도 해당 안건을 의제에 올릴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법률적 문제여서 단정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IRA에 FTA 및 국제통상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IRA를 WTO에 제소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한국산 자동차와 미국산 자동차를 차별하는 것이 한미 FTA 등 국제통상법에 위반된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법적 소송을 불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국회 외통위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
당국자는 “(법안 통과) 매 단계에서 미국 측에 접촉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하원에서 법안이 통과된 지 열흘도 안 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서명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계기마다 주미대사관, 외교부 본부 등 차원에서 미국 측에 계속해 우려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구체적 단계는 아니지만 전기차 생산 국가들 간 (대미) 공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대응은 즉각 제소보다는 미국에 최대한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미 의회에서 입법이 된 사안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 측에 유연성을 발휘해달라고 말하면서 문제점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IRA 입법으로 미국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장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간선거 후 미국의 전향적 입장을 촉구하는 셈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IRA에 서명했다. IRA는 북미에서 제작ㆍ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했는데, 이에 따라 전기차 전량을 국내 생산 중인 현대ㆍ기아차의 북미 판매 5개 모델이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연 3만 대가량의 전기차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IRA 발효로 기존 전기차 보조금 7,500달러(약 1,001만 원) 지원 대상에서 벗어나게 되면 지원 대상에 속한 북미산 전기차에 비해 사실상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
한편 외교부는 IRA 대응을 놓고 일각에서 제기된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이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당국자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통화하며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면서 “업계 및 산업부와 협의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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