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 분당에서 리모델링 착공이 예상된다. 사진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분당 정자동 일대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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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어떡하나
‘주거수준 업그레이드’(2021년 8월) →’미래형 주거’(2022년 1월) → ‘차세대 명품도시’(2월) → ‘도시 재창조’(8월).
윤석열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청사진이다. 지난해 8월 공약으로 첫 발표 이후 갈수록 커지고 화려해졌다. 그만큼 해당 지역과 시장의 기대도 부풀어 올랐다. 기대가 큰 만큼 불안과 걱정도 많다.
1월 미래형 주거를 내세울 때 ‘재정비’ ‘10만가구 추가 공급’이 등장하며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이 탄생했다. 2월 공약집에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해 차세대 명품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며 ‘특별법 제정’ ‘양질의 주택 10만가구 공급 기반 구축’으로 정리됐다. ‘기반’이라는 용어를 통해 이후 예상될지 모르는 ‘공약 후퇴’ ‘말 바꾸기’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진 셈이다.
공약 표현대로 라면 임기 내에 정부가 지난 16일 언급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특별법을 제정해 제도화만 하면 된다. 정부는 2024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임기 내에 기반을 마련하는 것만도 대단하다고 자평한다.
17일 보도설명자료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대형 개발사업의 마스터플랜 등 수립 시 통상 소요되는 기간(2~5년)을 고려할 때 16일 발표한 마스터플랜 수립 일정은 공약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도 "정부가 발표한 '2024년 마스터플랜 수립 완료'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빠른 계획"이라며 "1년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 했다.
계획 이상의 가시적인 추진을 기대한 해당 지역과 시장은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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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000가구 리모델링 추진 중인데
여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각자도생의 난개발 우려를 제기하면서 현재 1기 신도시에 확산하고 있는 리모델링이 어떻게 될지 혼란스럽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방송에 출연해서 “그냥 만약에 전부 각자도생의 우후죽순 재건축으로 들어가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큰 문제를 낳을 수가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플랜을 기다리지 않고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분당 등 1기 신도시 5곳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가 2만5000가구로 전체(29만여가구)의 10%에 가깝다. 이 중 분당 5개 단지 4000여가구는 사업승인까지 받았다. 지금보다 가구 수가 10% 넘게 늘어난 4500여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올해 이주를 시작해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료: 성남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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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자치단체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해 정부로부터 별다른 지침 등을 받지 않았고 시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사업승인을 받은 분당 무지개마을4단지 리모델링조합 관계자는 “올 연말 이주할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리모델링 허가와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의 사업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마스터플랜 수립 등을 기다리면 사업이 적어도 4년 이상 지체될 것이어서 이미 궤도에 오른 단지들은 계속 진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 않은 단지는 지금 리모델링과 미래의 재정비를 두고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 지난 6월 성남시가 공공지원 리모델링 단지 2곳을 선정하기 위해 신청받은 결과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해 1개 단지 선정 때는 3곳이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재정비 이슈가 뜨거운 때여서 두고 보자는 생각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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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재정비 사업성
최근 1기 신도시 재정비 논란이 오히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재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약대로 진행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사업성이 지금보다 더 나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공약은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상향과 재건축 시 안전진단 완화,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을 인센티브로 제시했다.
공약에 따라 완화될 용적률이 300% 이상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용적률로도 사업성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본다. 지금도 리모델링 규제 완화 덕에 용적률을 기존보다 꽤 많이 높일 수 있다. 기존 용적률이 180%인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4단지의 리모델링 용적률이 270%로 90%포인트가량 올라간다.
골조를 유지하는 리모델링보다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건축이 주택 품질 등에서 낫지만 재건축 사업성이 낫다고 보기 어렵다. 공약은 사업 방식으로 재건축도 제시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낮춰지더라도 재건축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대개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B급 판정을 받았는데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이 웬만큼 완화돼서는 통과를 낙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 현황. 연합뉴스 |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명의 변경 금지 규제를 받아 팔지 못한다.
리모델링에 없는 초과이익 환수 부담금도 내야 한다.
재정비 마스터플랜이 마련되면 투기를 방지할 목적으로 현재 없는 규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거주하려는 실수요자로 거래를 제한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예상할 수 있다. 개발이익 환수 차원에서 사업 부지 일부를 공공시설 용지로 기부채납해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분양가 규제가 덜하지만 재정비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 일반분양분을 비싸게 받지 못한다. 재정비 규제 완화 등으로 일반분양분이 늘더라도 분양가 규제를 생각하면 분양 수입이 많이 늘지 못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의 신뢰성과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주민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며 "기존 사업에 발목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정비 계획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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