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인 8·16대책을 발표하면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을 2024년이라고 밝힌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대통령의 공약 파기”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기 위해 1기 신도시 태스크포스(TF)를 확대·개편하고 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장 다음 달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이날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단 하루도 우리(국토부)로 인해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추진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또한 “3기 신도시 벌판에 도시를 배치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만도 36개월이 걸렸다”면서 “30만 인구가 밀집한 1기 신도시의 도시정비계획을 2024년까지 수립하겠다는 것 자체가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준비 부족’과 ‘소통 부재’를 꼽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사업성 등을 고려해 리모델링 등을 준비해 왔는데, 대선 공약으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용적률 상향, 특별법 제정 등을 꺼내 들면서 주민들에게 재건축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을 심어준 것이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진행 과정, 방향 등을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도시 주민들은 ‘현 정부가 신도시 재정비 이슈를 2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 다시 이용하기 위해 그 시점에 맞춰 마스터플랜을 내놓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총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단시일 내에 완성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도로, 학교 등 기반시설 용량이라든지 주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생각했을 때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데 최소 1년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터플랜이 수립된다 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착공에 들어가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는 의견도 많다. 일반적인 재건축 경우 지구단위 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등 인허가 절차만 5년 이상 걸린다. 국토부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부터 실제 입주까지 평균 13년이 소요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재건축을 통해 제시한 사업 기간도 착공까지 최소 5년이다.
8·16대책에서 정부가 밝힌 270만 가구 공급(인허가 기준) 대책에도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은 포함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정대로 2024년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더라도 2027년까지 주택 건설 인허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스터 플랜 이후 특별법 제정이 중요한데, 여소야대의 정치권 상황에서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특별법은 다음 국회에서나 논의될 가능성이 큰 데다 특별법 제정 후 인허가 과정 등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하더라도 이주 수요 분산 등 과제가 산적해 있어 실제 착공까지는 10년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의견 수렴, 구체 계획 마련과 시행, 초과이익 환수와 폭리 차단, 전세 대책 등을 고려해 순차적인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범 단지를 선정하고, 계획 마련과 사업 진행을 동시에 추진하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유 교수는 “사업성이 있는 역세권이나 노후도가 심한 단지를 우선 선정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등 절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원·한은화 기자 kim.w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