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대형 터널에 빗물 가둬놨다가
호우 끝나면 인근 하천으로 배출
도림천에 ‘AI 홍수예보’ 시범 운영
2025년까지 ‘도심침수 지도’ 구축
서울 강남대로 대심도 빗물터널 위치도. 환경부 제공. |
환경부가 도시침수 재발을 막기 위한 서울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체계를 구축하고, 하수도 개량 및 하천 정비 예산을 증액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을 23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우선 도시침수 및 하천범람을 방지하는 기반시설인 도림천 지하방수로와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지하저류시설) 등 선도사업 3곳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단계적으로 다른 지역에도 지하저류시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지하에 큰 저류조(터널)를 설치해 도심지의 빗물을 가뒀다가 호우가 끝나면 펌프장을 통해 인근 하천으로 배출한다. 상습침수지구인 서울 신월동에 빗물 저류시설이 설치돼 2020년 8월부터 운영 중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0일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2011년 집중호우로 도심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대규모로 추진됐으나 신월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산됐다.
환경부는 서울시와 협력해 대심도 빗물터널을 강남역에 3500억원, 광화문에 2500억원을 들여 우선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제안한 6곳 가운데 도림천, 강남역, 광화문은 내년에 설계에 착수해 2027년 완공하고, 나머지 3곳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도림천 지하방수로와 광화문의 빗물터널은 시간당 100㎜ 정도, 강남역은 시간당 110㎜에 달하는 강수량에도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신월동 지하저류시설을 방문해 “침수 우려가 큰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일대에 먼저 신월동과 유사한 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환경부가 서울시를 재정적·행정적으로 적극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환경부는 또 내년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전까지 도림천 유역(신림동)에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체계를 시범구축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강우·하천수위 모니터링에다 하수도 유량계측까지 통합한 하천범람 및 도시침수 예보를 통해 피해 대비를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 위치도. |
환경부는 기존의 위험지도 등을 활용해 취약계층을 위한 대피로 설정 등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대응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시침수 지도를 2025년까지 구축하고, 기존의 하천범람 지도 등과 함께 국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유형별 맞춤형 대책도 추진한다.
환경부는 현재 135곳인 하수도 중점관리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빗물이 하수도를 통해 빠르게 빠질 수 있도록 하수관로, 빗물 펌프장 등을 개량할 방침이다. 침수 시 맨홀 뚜껑이 유실되어도 맨홀 빠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 설비도 추가 설치한다.
환경부는 연 1000억원 수준인 하수도 개량 예산을 내년 49% 증액하고, 연 3500억원 수준인 국가하천 정비 예산은 43% 증액 편성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러한 대책들을 추진하기 위한 전담조직으로 ‘도시침수대응기획단(가칭)’을 출범시키고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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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불투수면적 감소 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도시는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토양 대신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덮여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많은 비가 올 때 저지대가 침수되기 쉽고, 하천도 범람하게 된다. .
김진홍 하천연구소 대표(중앙대 명예교수)는 “지하에 대심도 빗물터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유지·관리비도 많이 들어간다”며 “일본의 경우 대심도 터널에 사람이 들어가 청소하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기술적 문제들도 드러나면서 더 이상 대심도 터널 설치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대규모 인프라보다는 불투수 면적을 줄이고, 빗물이 투과할 수 있는 면적을 늘리는 것이 예산도 적게 들고, 기술적으로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각 가정에 생활 속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빗물 침투 시설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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