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무실 날림으로 꾸미고 구성... 상징성 없어"
청와대 설익은 활용도 비판
17일 개방 100일을 맞은 청와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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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2일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폐쇄를 "절차와 과정 그리고 기대효과면에서 모두 실패한 결정"이라면서 "역사의식과 인문적 소양이 없는 정치권력이 국가의 품격을 얼마나 떨어트릴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탁 전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라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상징적 공간을 과반의 국민적 동의 없이 폐쇄한 것이고,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개방이라는 허울로 포장해 역사적으로 단절시켜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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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전 비서관은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청와대를) 단순무식하게 ‘폐쇄’하고, (새 건물을) 땜빵식으로 꾸미고 날림으로 구성하고, 검증되지 않은 설비를 서두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 폐쇄로 인해 연쇄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견했다"면서 "이미 의전, 경호, 보안, 소통, 업무연속성, 위기대응 등 모든 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적 동의는 물론이거니와 대통령과 그 부속기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징 공간을 어디로 하고, 그 상징 공간에 어떤 형식의 건축을 하고 기능을 담을 것인지, 장기간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여 결정하고 실행해야 할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광복절 경축식의 장소가 용산의 새 대통령 집무실 앞 마당인 것도 정부가 광복절을 용산 이전의 당위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얼마 전까지 그저 국방부 연병장에 불과했던 장소를 광복절 경축식의 장소로 결정하고 어떤 상징도, 역사성도,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없이 파리한 행사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한국 영욕의 공간... 보존해 후대에 메시지 전달해야"
온라인동영상서비스 iHQ가 5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에브리웨어' 영상에 '대한민국 최초 청와대를 방문한 소파'라는 자막이 달려 있다. 논란이 일자 이 영상은 9일 삭제됐다. 에브리웨어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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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전 비서관은 아울러 청와대의 폐쇄가 "대한민국 대통령사라는 역사의 단절"이라고 주장하면서 집무실 이전 후 청와대의 관리가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급조한 개방 행사, 관람객들의 쓰레기 하나 제대로 대처 못하는 관리 부실의 문제, 총독 관저 모형 복원 논란, 상업광고 촬영과 같은 설익은 활용 계획"을 지목하며 "국민의 (집무실 이전) 부정 여론을 공고히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는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최고권력의 상징적 공간"이라면서 "영욕의 공간"이라고 규정했다. 또 "역사는 치욕까지도 유지하고 보존돼 새로운 시대, 새로운 권력에게 엄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청와대란 공간의 역사적 보존 가치를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청와대를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역사문화 콘텐츠와 문화예술 전시장, 조각공원 등으로 복합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화보 '청와대 그리고 패션'을 소개한 보그 코리아. 보그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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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전 비서관의 글이 올라온 이날엔 패션지 '보그 코리아'가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과 공동 기획한 청와대를 배경으로 한 패션 화보를 공개하면서 청와대의 활용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화재청 측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보그와의 협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글에서 보그 코리아의 화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를 무대로 한 상업광고 촬영은 지적했는데, 이는 이달 5일 유튜브로 공개된 청와대를 무대로 한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의 '소파 간접광고'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의 상업적 활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은 9일 "협의되지 않은 활용"이었다며 영상을 내리도록 한 바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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