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특별법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면서 분당과 일산 등 해당 지역 집값이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기 신도시 아파트 시세가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나온 공급대책에서 기대됐던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액션플랜이 빠지고, 종합계획(마스터플랜) 수립 시점마저 2024년으로 밀리자 시장에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1기 신도시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9일 최상목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긴급 회견을 열어 진화에 나섰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수도권 집값이 하락 조정 기조에 접어든 데다 재건축 기대감마저 사라져 앞으로 상당 기간 1기 신도시 집값이 하락 추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지난 12일 발표 기준 보합(0.00%)에서 19일 -0.02%로 떨어졌다. 재건축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성남시 분당구(-0.04%)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평촌(-0.02%)과 산본(-0.01%) 역시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확인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주(15일 기준) 기준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7% 떨어지며 하락 폭이 확대됐다. 분당구 아파트 시세는 14주 연속 오름세가 멈춘 이후 4주 연속 하락 중이다. 이전 3개주 통계에서는 주간 기준 0.01%에서 0.02%까지 하락하며 약보합세에 머물렀지만, 정부 발표에 대한 실망감에 급격히 낙폭을 키운 것이다.
평촌 신도시가 속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0.11%→-0.15%)와 산본 신도시가 있는 군포시(-0.05%→-0.13%), 중동 신도시가 자리 잡은 부천시(-0.06%→-0.07%) 역시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전주와 비교해 일제히 하락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정부 발표에 속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2024년에 계획을 내놓겠다는 건 그해 총선에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슈를 또 써먹겠다는 것"이라며 "2024년 계획 수립도 빠르다고 해명하는 걸 보면 정부가 애당초 재건축 활성화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당장 될 것 같은 기대감에 시장이 너무 빨리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생각보다 재건축 일정이 빨리 돌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장에 실망감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대감이 빠지면서 1기 신도시의 거래량도 급격히 줄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분당구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3월 235건에서 4월 222건, 5월 165건, 6월 72건으로 위축됐다. 7월 기준으로는 30건에 불과하다. 등록 신고기한(계약일 이후 30일 이내)이 지나지 않아 아직 신고를 안 한 매물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거래절벽' 추세 자체를 되돌리긴 힘든 상황이다.
거래 씨가 마르자 호가도 떨어지고 있다. 분당구 정자동 상록우성 전용면적 84㎡는 지난 5월 16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5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 말 16억5000만원에 손바뀜된 고양시 일산동구 킨텍스원시티 전용 84㎡는 고층 기준 15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1층 매물은 14억원까지 떨어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이 미뤄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기에 아파트값이 한동안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최상목 경제수석이 "신도시 같은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5년 이상 걸리는 게 통상적"이라며 "마스터플랜 수립에 1년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정을 더 앞당길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는 이미 도로·철도를 비롯한 교통 기반시설과 교육·생활 편의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지구단위계획으로 적정한 주택 공급 수준이 얼마인지 결정해 반영하면 되는 상황"이라며 "일정을 더 단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1기 신도시는 지난해부터 재건축이 가능한 입주 30년을 맞은 단지가 나오며 시설 노후화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도시 과밀을 막기 위해 만든 지구단위계획 용적률 제한에 묶여 있어 재건축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현행 지구단위계획 제한을 뛰어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