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총선 때 또 생색만?” 1기 신도시 ‘공약파기’ 논란 속 집값 내림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분당·평촌·산본 등 신도시 시세 ‘하락 전환’

정비계획 ‘내후년 수립’ 발표에 실망매물 출회

“재건축 노린 투자수요 이탈하면 약세 이어질것”


한겨레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의 1기신도시 재정비 ‘공약 파기’ 논란 속에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내림세로 돌아섰다. 경기 분당·일산신도시 등은 지난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용적률 500% 부여’ 공약 등으로 재건축·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러나 최근 8·16 부동산대책에서 집주인들 기대만큼 빠른 재정비 추진 일정이 나오지 않자 ‘실망 매물’이 쌓이고 있다.

21일 부동산R114의 아파트 시황 자료를 보면, 지난 19일 기준 수도권 1기신도시 아파트 시세는 전주 대비 0.02% 떨어졌다. 보합이었던 전주와 달리 하락으로 돌아섰다. 지역별로는 분당(-0.04%), 평촌(-0.02%), 산본(-0.01%)이 내림세를 이끌었다. 분당 근처의 판교·위례신도시도 각각 0.03%, 0.02% 하락했다. 일산과 중동은 보합세다.

1기신도시들은 부동산 시장이 전국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올 들어서도 한동안 몸값을 높여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 1∼7월 0.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도 전체가 각각 0.4%, 0.7% 내린 것과 달리 오름세였다. 그러나 7월 셋째주부터 이달 둘째주까지는 분당도 4주 연속 내렸다. 일산동·서구 역시 1∼7월에는 매매지수가 1.0%, 0.9% 씩 뛰었지만, 이달 들어 매주 하락 중이다.

이들 지역 집값의 등락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1기신도시 재정비 공약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총 10만채의 주택을 늘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일부 지역의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의 연면적 비율)을 최고 500%로 늘리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1990년대 초 입주를 시작한 1기신도시의 아파트 대다수는 지어진지 30여년 된 ‘노후 단지’가 됐다. 하지만 기존 용적률이 200% 안팎으로 높아 재건축 사업성은 낮은 편이다. 정부 공약대로 용적률 상한이 500%로 늘면 고층·고밀 개발이 가능해져, 사업 추진이 수월해지고 집값에도 ‘호재’라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3개월이 넘도록 신도시 재정비의 구체안이 나오지 않으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등은 지난 16일 낸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연구용역을 거쳐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본 계획’ 격인 마스터플랜을 내후년에 낸다는 것이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번 정부 임기 내 용적률 완화 등 세부안이 나오기는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내후년 국회의원 선거에 맞춰 ‘생색’만 내려는 것”이라는 등 집주인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분당구와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물은 16∼20일 나흘 만에 3.2%, 4.9% 씩 늘었다. 지역 반발이 커지자 국토부가 17·19일 이틀에 걸쳐 “1기신도시 재정비 계획을 차질 없이 수립하겠다”는 설명자료를 내어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시장 안정에 ‘정책 호재’도 옅어지면서 신도시들의 집값 조정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선때 언급된) 1기신도시 특별법의 수혜지로 꼽혔던 분당과, 신도시 중 기존 용적률이 가장 낮은 일산 등에는 최근 많은 투자수요가 유입됐다”며 “기대만큼 재정비가 빠르게 추진되지 않는다고 받아들인 이들이 처분에 나서면 숨고르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한겨레>기자들이 직접 보내는 뉴스레터를 받아보세요!
▶▶동물 사랑? 애니멀피플을 빼놓곤 말할 수 없죠▶▶주말에도 당신과 함께, 한겨레 S-레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