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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尹정부, 임기내 '1기 신도시 재정비' 첫삽 못 뜬다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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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기 신도시의 하나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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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1기 신도시 재정비 논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첫 삽을 뜨기 힘들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발표한 5년 간 주택공급 계획 물량 270만 가구에 1기 신도시 재정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윤 대통령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통해 10만 가구 추가 공급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2024년 마스터플랜 수립



국토부 관계자는 “270만 가구가 인허가 기준 물량인데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예정대로 2024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더라도 2027년까지 주택 건설 인허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10년 이상 걸리는데 도시계획을 새로 짜면서 5년 내에 착공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공급 기반을 제대로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서 착공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밑그림만 그리고 만다면 다음 정부에서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총 30만가구에 달하는 5개 도시 재정비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엄청난 사업이기 때문에 현 정부에서 가시적인 진척을 보여야 성공적인 사업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1기 신도시 재정비 논란은 윤 대통령이 득표를 위해 뒷감당이 어려운 ‘뜨거운 감자’를 덥석 물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장밋빛 청사진에 해당 지역 주민들과 시장은 섣부른 기대로 들떴다.

올해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준공 30년을 앞두고 지난해 신도시들에 리모델링 바람이 확산하고 있었다. 선두에 선 분당에서 지난해 한솔마을 5단지가 신도시 중 처음으로 리모델링 사업승인을 받았다. 다른 신도시에서도 리모델링연합회 등이 출범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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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신도시 재정비’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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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레이스 과정에서 1기 신도시 이슈를 선점했다. 처음엔 ‘개선’ 정도였다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주목해 ‘재정비’ 수준으로 판을 키웠다.

지난해 8월 발표한 첫 부동산 공약에서 “1기 신도시 주택의 재건축·리모델링 등을 통해 주거 수준 업그레이드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 뒤 1기 신도시 이슈가 달아올랐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지난해 12월 10일 은수미 당시 성남시장 등 1기 신도시 5개 지자체 시장과 시의회 의장들이 국회에서 노후 1기 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약식을 갖고 특별법 제정과 정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1월 6월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발표했다. 재정비라는 표현을 써서 용적률을 상향하고 규제를 완화해 10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법 제정도 들고 나왔다. 1기 신도시 재정비 기본구상이 이때 완성된 셈이다.

2월 24일 발표한 공약집의 ‘부동산 정상화’에 1기 신도시 재정비가 3번째로 들어갔다. “1기 신도시를 재정비하여 차세대 명품도시로 재탄생 시키겠습니다."



인수위서 사업 속도 혼선



윤 대통령 당선으로 순탄할 것 같던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인수위에서 속도를 둘러싸고 삐걱거렸다.

4월 25일 인수위가 “중장기 사업으로 검토한다”고 밝히자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말 바꾸기’ 논란과 함께 반발이 터져 나왔다.

다음날 인수위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 “특별법 등으로 소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인수위는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공약 이행을 위한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여야 공통 공약으로 제시됐고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바 있어 이견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여야에서 ‘노후신도시 재생 지원에 대한 법률안’ ‘노후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개선을 위한 특별법안’ 등 이름도 비슷한 1기 신도시 재정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었다.

5월 1일 원희룡 당시 인수위 기획위원장 겸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마스터플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공약 계획대로 새 정부 임기 내에 질서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도 나섰다. 2일 일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도시계획 재정비를 수립해서 신속히 진행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다행히 여야가 법안을 내놨다"며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3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올해 말과 내년부터 마스터플랜을 통해 통합적인 발전 구상이 이뤄질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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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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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인수위 부동산TF팀장도 이날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마스터플랜을 통해 종합발전계획을 구상하고 이에 따라 질서 있게 지역마다 재정비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16일 '2년 뒤' 마스터플랜 수립이 발표됐다.



'신속' 믿었다가 '2년 뒤' 뒤통수



‘단축’ ‘신속’ 등 속도감 있는 표현들에 잔뜩 기대감이 부풀었던 해당 지역 주민들과 시장은 ‘2년 뒤’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정부는 '미루기'가 아니라며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17일 방송에 출연해 “도시 인프라 전체에 대해서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며 “최소한 1년 이상의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고 이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2024년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나섰다. 19일 최상목 경제수석비서관이 "마스터플랜 수립에 1년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대통령의 약속대로 최대한 빠른 속도로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해명 대로라면 빠른 사업을 기대한 해당 지역이나 시장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잔뜩 기대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았더라도 실컷 뉘앙스를 풍겨 놓고 이제 와서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느냐'고 따지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안개 자욱한 터널로 들어갔다. 19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나 수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대선 공약 파기"라며 "정부와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경기도가 각자 길을 간다면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주체와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 있다.

인수위부터 공약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지 5개월가량 지나도록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다시 원점이다. 1월 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발표한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에서 나아간 게 없다. 그때처럼 '하겠다'는 말 외에 분명한 게 없다.

정치적으로 윤 대통령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가 대통령실로 태워줬지만 앞으로는 자칫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중간에 뛰어내릴 수도 없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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