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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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지 않는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 국민의 여행을 제한하는 유럽 국가들의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수도 헬싱키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그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징벌적 성격으로 나왔다. 산나 마린 총리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럽에서 잔인한 침략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러시아인이 유럽을 여행하는 등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게 할 수는 없다”며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비자 발급의 중단 혹은 축소를 시사한 바 있다.
하비스토 장관은 이번 비자 제한과 관련해 러시아 국적 방문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관광비자 처리에 할당된 대사관의 시간을 제한해 발급되는 비자 건수를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친지 방문이나 취업 등을 위한 비자 처리를 우선해, 자연스럽게 관광비자 발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핀란드 정부는 현재 러시아에서 하루 1000여 건의 비자 신청을 받고 있으나 향후 하루 처리 건수를 500건으로 줄이고 그중 100건만 관광객에게 할당할 계획이다.
핀란드의 조치로 유럽을 오가던 러시아인들의 발걸음은 크게 묶일 전망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자 러시아인들은 육로로 핀란드까지 이동한 뒤 헬싱키에서 유럽 각지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해 왔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코로나19와 관련된 국경 출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핀란드를 관문 삼아 서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여행자는 급증했다.
러시아인들의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는 최근 유럽연합(EU) 내에서 잇달아 관측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라트비아가 이달 초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으며 또 다른 접경 국가인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도 비자 발급 중단에 동참했다. 이들 발트 3국과 핀란드는 다른 EU 국가들에도 러시아인들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비자 중단을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북유럽 국가들과의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선 정권에 반대해 도망치는 이들이 많다”며 “자유를 찾아 떠나려는 행위를 복잡하게 만들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도 “러시아인들이 여행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핀란드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언론인과 인권 활동가의 입국을 쉽게 하는 ‘인도적 비자’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인들에 대한 EU의 비자 규제 문제는 오는 31일 예정된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서는 최근 유럽으로의 이동이 금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EU 국가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쉥겐 비자를 미리 발급받으려는 이들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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